바로 시작해도 늦은데…딜레마에 빠진 추경 논의
여야정 국정협의체 4자회담 불투명
정부편성에서 국회 통과까지 2개월
“소비진작 효과 내도록 재정투입해야”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는데 정치권과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각론을 두고 이견이 많이 쉽사리 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추경 합의가 계속 늦어지면 향후 정치일정에 따라 추경 논의가 산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민생지원금이나 지역화폐, 민생추경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단기간에 내수를 부양시킬 재정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점도 문제다.
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 초반으로 예정됐던 여야정 국정협의체 ‘4자 회담’은 불투명해진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추가 실무협의를 명분으로 회담 연기를 요구하면서다. 만약 국정협의체 회담이 한두번 미뤄진다면 정치일정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추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 정부편성에서 국회통과까지 2개월 소요
통상 추경에 대한 정부 편성부터 국회 심사까지 2개월 안팎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2월에 ‘추경열차’를 본궤도에 올려야만 3월말~4월초 ‘벚꽃 추경’이 가능하다.
한 당국자는 “국정협의체에서 큰 틀 합의를 이루더라도, 컨셉과 규모를 정하는데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며 “그 협의 결과에 맞춰 부처별로 재정사업을 추려내고 기재부에서 취합해 국무회의까지 거치려면 최소 1개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 추경 심사에서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1개월 안팎 시일이 필요하다.
만약 이 와중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인용으로 대선전이 시작된다면 여야 대선주자들의 득표 전략과 맞물려 모든 추경 논의가 산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경기를 부양시키고 대선이라는 정치 스케줄을 피하려면 속도전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협의회를 통한 조속한 논의를 거듭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도 “최근 반도체특별법 도입과 추가 재정 투입 등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지금 곧바로 시작해도 우리와 경쟁하는 주요국을 따라잡고 민생을 살리기에 충분치 않다”며 조속한 패키지 논의를 촉구했다.
■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초점 맞춰야”
이와 함께 경기반등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반기 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재정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사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야당을 중심으로 전국민 민생지원금이나 지역화폐 등은 신속한 예산집행이 가능하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지급된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추가소비에 쓰지 않고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데 쓴다면 승수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을 발굴하고, 세부 내용을 확정해 재정을 투입한 뒤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투입을 통해 단기적인 회복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문은 민간 소비”라며 “경기 침체로 인한 고통이 가장 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지원금 등 단순한 현금성 지원보다는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확대나 신용카드 세액공제율 상향 등 소비 진작 효과를 낼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