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불안 해소될까?… '배터리 사전인증제' 시행
17일 도입·1년간 기존 제도 병행
생산부터 폐기까지 이력 관리도
학계 "새 규제로 통상마찰 우려"
정부 "유럽 등 형식승인, 괜찮아"
최근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의 국내 수요가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7일부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와 이력관리제를 시행하고 나서면서 과연 소비자 불안이 해소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인증제가 또다른 규제로 작용해 전기차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지, 유럽과 중국·미국 등 주요 수입국과의 통상문제 우려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 사전인증제 전면 시행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직접 인증하고,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추적 관리하는 이력관리제를 포함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함에 따라 1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기존에는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하는 ‘자기인증’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직접 안전성 시험을 거쳐 인증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배터리만 사전인증제(형식승인)로 바뀐 것이다. 자동차에 대해 두가지 방식으로 인증제를 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다만 내년 2월까지는 자기인증과 사전인증을 병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전성능시험 대행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주관하는 열충격, 연소, 과열 방지, 과충전 등 12개 시험을 통과해야만 해당 배터리 장착 모델의 판매가 가능하다.
배터리 이력관리제도 본격 시행된다. 이는 배터리 제작때부터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제작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주기 이력을 관리하게 된다.
■“화재 감소 기여” vs “통상 마찰 우려”
이번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에 대해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하성용(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가 초기 출시에 비해 안전해졌지만 저가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 증가세 등으로 안전 인증 필요성이 대두됐다”면서 “안전 인증을 시행해야 결국 제조사들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전기차 수요를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번 인증제가 글로벌 국가에서 처음 시행되면서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 전기차 제조사들과의 통상 마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산차와 수입차 업체들은 대체적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항목이 많아 준비과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 사전인증을 위한 12개 항목 중에 한국 정부만 요청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를 배터리 제조단계와 현지 공장 조립단계 등에서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아이오닉 9’에 대해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실시했고, 올해 1년 유예없이 바로 사전인증을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는 “기존에도 제작사에서 정부에 배터리 관련 자료를 제출했는데,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김은정 자동차정책과장은 “이미 제도 시행전 1년 6개월간 공고를 했고, 개정안 부칙으로 기존 자기인증도 1년간 병행할 수 있도로 했다”면서 “이번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들의 안전 우려에 대한 100% 해소는 어렵지만 일정부분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문제 우려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경우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에서 자기인증을 받았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사전인증을 한 것으로 정리가 됐고, 유럽과 중국의 경우 이미 배터리를 포함해 차량 전체에 대한 형식승인을 하고 있어서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