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조’ 천장 뚫은 코스닥, ‘천스닥’ 돌파 기대감 확산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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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장중 사상 첫 500조 원 돌파
정부, 이번 주 활성화 대책도 발표
세제 혜택·연기금 자금 방안 예상
근본적 시장 체질 개선 뒤따라야

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5.09포인트(0.55%) 하락한 924.74로 거래를 끝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5.09포인트(0.55%) 하락한 924.74로 거래를 끝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스닥이 최근 지수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훈풍을 타고 있다. 지수 1000포인트, 이른바 ‘천스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연말연시 코스닥이 새로운 주도주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과거 유동성에 기댄 ‘반짝 상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2부 리그’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체질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은 지난 4일 장중 한때 502조 6000억 원을 넘어서며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5일에는 전날보다 0.55% 내린 924.74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총은 2021년 1월 25일 400조 원을 넘어선 후 5년 가까이 300조~400조 원 규모에 갇혀 있었지만 이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1일 492조 998억 원을 시작으로 2일 494조 835억 원, 3일에는 497조 621억 원으로 증가폭을 확대했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5일에도 코스닥 시총은 499조 5857억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훈풍은 대내외적인 정책 모멘텀이 기폭제가 됐다. 우선 기술 수출 호재로 급등세를 보인 에이비엘바이오 등 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로봇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수혜가 예상되는 코스닥 상장 기업들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코스닥 톱 10에 진입한 부산 기업 리노공업의 사례에서 보듯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기도 했다.

정부가 발표를 예고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모험자본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신규사업 인가 대상 증권사들에 리포트 발간을 비롯한 코스닥 종목에 대한 정보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앞으로 나올 정부 대책에는 세제 혜택 강화와 연기금 자금 유입 등의 방안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스닥 활성화 대책은 한때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했던 코스닥 시장이 최근 투자자 신뢰 저하와 성장 동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함에 따라 마련됐다. 다만 지난 4일로 예정됐던 발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기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코스닥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반짝 상승’만 보여주다 다시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코스피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2부 리그’라는 한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코스닥 시가총액의 5.8%를 차지하는 28조 원 덩치의 알테오젠은 8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한 기술특례기업들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 해도, 코스닥 지수가 오르려면 결국 지수를 이끄는 코스닥150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해야 하는데 정부가 코스닥150 종목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간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대형 산업군 편중, 외국인 자금 유입 부족, 잦은 부실기업 발생 등에 대한 해결 없이는 최근의 장세가 이어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정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현금성 주주환원이 중심이 되면서 자본 여력이 있는 코스피 상장사 위주로 전개됐다. 상법 개정의 효과도 대형 상장사들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66.5% 오를 동안 코스닥은 절반 수준인 36.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내년이면 출범 30주년을 맞는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코스닥지수가 29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600선으로 곤두박질 쳤고, 20년간 1000포인트 벽을 넘지 못하다 코로나19 시기이던 2021년 1월 다시 1000 고지를 넘겼던 사례가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코스닥 지수는 860선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620선까지 내려갔다 이번에 다시 한 번 1000 돌파를 시도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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