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황홀지경 신라 금관 여섯 점…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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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경주 여행

경주박물관서 ‘신라의 금관’ 특별전
사상 최초로 6점 한자리 모아 전시
연일 관람객 몰려 기간 2월로 연장
신라역사관 ‘수막새’ 미소 황홀지경

새로 연 ‘플래시백 계림’ 찾아 볼 만
계림 주제 다양한 미디어아트 눈길
앵무새 모이 체험 버드파크도 흥미

겨울방학이 눈앞이다. 신나게 방학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경북 경주시에 다녀왔다. 이번 행선지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인기 높은 야외 명소가 아니라 어린 자녀들과 함께 따뜻한 실내에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신라 금관전’이 열리고 월지관이 재개관한 국립경주박물관, 최근 신라를 주제로 문을 연 ‘플래시백 계림’ 그리고 겨울에 꼭 가볼 만한 동궁원 버드파크가 바로 그곳이다.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신단수를 표현한 화려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신단수를 표현한 화려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두 가지를 기념하기 위해 신라역사관 3a실에서 특별전시회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열고 있다.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이 그것이다.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교동, 황남대총 북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관 여섯 점이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여서 큰 기대를 모았다. 초기 양식의 교동 금관부터 완성형이라는 천마총 금관까지 제작 시기에 따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그야말로 박물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황금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에 전시된 교동 금관. 남태우 기자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에 전시된 교동 금관. 남태우 기자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달까지만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반 관람객이 쇄도하자 전시 기간을 내년 2월 22일까지로 연장했다. 무료입장권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박물관 정문에서 나눠 받으면 된다. 물론 입장권 구하기가 쉬운일은 아니다. 다행히 홈페이지 예약에 성공해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하루에 총 17차례, 30분마다 매회 150명이 특별전에 입장할 수 있다. 사실 특별전 전시실은 ‘신의 금관’이라는 주제에 비해서는 매우 좁다. 그래서 전시실 내부는 매우 붐비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모든 입장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언제 다시 신라 금관 여섯 점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 않은가.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황남대총 북분 금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황남대총 북분 금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전시실은 중앙에 ‘신성한 나무와 새 그리고 황금빛 세상’이라는 독특한 사각형 구조물이 서 있고, 구조물 뒤에 금관총 금관 그리고 주변 벽을 따라 다른 금관들이 전시된 형태로 구성됐다. 곳곳에 신라 금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미리 관람하면 여섯 금관을 직접 볼 때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사전 지식을 갖고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꺼번에 살펴보니 모두 다른 형태에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원초적 형태를 가진 교동금관에는 사슴뿔 장식이 없는 반면 서봉총 금관에는 새 모양 장식이 있다.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 전시된 천마총 금관 재현품. 남태우 기자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 전시된 천마총 금관 재현품. 남태우 기자

‘신라 금관’ 특별전 외에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장기간 보수를 거쳐 지난 10월 재개관한 월지관이다. 통일신라 왕실의 별궁이자 연못이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 중 1100여 점이 전시된 곳이다. 무엇보다 널찍하게 펼쳐진 박물관 내부 구성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박물관 한가운데에는 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놓여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느낌을 준다. 배를 중심으로 왕의 연회와 음악, 꽃과 새가 어우러진 정원 문화, 수중 장식물 등 통일신라의 생활 미학이 전시품으로 펼쳐진다. 주사위인 상아 주령구와 금박무늬 뼈 장식, 연꽃 문양 도자편 등은 처음 공개되는 희귀 유물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재개관한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 내부 전경. 남태우 기자 지난 10월 재개관한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 내부 전경. 남태우 기자

물론 ‘신라의 금관’ 특별전을 둘러본 뒤 같은 건물인 신라역사관도 빼먹을 수 없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품은 당연히 벽에 걸린 얼굴무늬 수막새 ‘신라의 미소’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전시품이다. 그 앞에 서서 한동안 넋 빠진 표정을 하고 있으면 수막새가 정말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착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불교미술을 볼 수 있는 신라미술관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그곳의 조각상은 고대 그리스 못지 않게 환상적이다. 금강역사, 사천왕, 팔부중 등 다양한 신장상의 강력한 표정과 역동적 자세는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불교 조각 3실’에서 만난 약사여래는 무더위와 일상에 지친 관람객에게 위로와 안식을 준다.

관람객들이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플래시백 계림

요즘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 개인 시설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아트, 즉 특수 영상이 인기다. 빛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화려하게 표현하는 장치다. 경주에는 최근 신라 시대 계림을 주제로 만든 히스토리텔링 미디어아트 시설인 ‘플래시백 계림’이 문을 열었다.

관람객들이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의 ‘수호자’에서 도깨비 모양 그림자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의 ‘수호자’에서 도깨비 모양 그림자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남태우 기자

전시 공간은 총 13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신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시작점부터 신라 건국 설화, 신화 속 신, 고대 유물, 신라 왕국의 대서사시가 차례로 펼쳐진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이색적인 주제인 데다 화려한 영상을 보면서 독특한 사진을 찍기에도 좋아 경주에 간다면 한번쯤 둘러볼 만한 시설이다.

두 모녀가 경북 경주시에 최근 새로 문을 연 ‘플래시백 계림’의 ‘용이 지키는 바다’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두 모녀가 경북 경주시에 최근 새로 문을 연 ‘플래시백 계림’의 ‘용이 지키는 바다’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플래시백 계림의 시작은 홍살문을 표현한 ‘붉은 문’이다. 거울에 끝없이 비친 홍살문은 여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신라를 지킨 수호신인 골화, 계신 등을 표현한 ‘수호자’가 이어진다. 벽에 붙은 거대한 부조처럼 표현된 신들의 모습은 무섭기도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다. 부조를 보고 서면 뒤쪽에서 나온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데 특이하게도 도깨비, 귀신 등의 형상을 연출한다. 움직임에 따라 빛은 계속 모양을 바꾸는 게 상당히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최근 새로 문을 연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의 ‘신단수’ 공간이 화려한 꽃무늬 영상으로 장식돼 있다. 남태우 기자 최근 새로 문을 연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의 ‘신단수’ 공간이 화려한 꽃무늬 영상으로 장식돼 있다. 남태우 기자

플래시백 계림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사진 찍기에 훌륭한 공간은 ‘신단수’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 신단수를 주제로 한 넓은 공간인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과 색채가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문무왕의 대왕을 주제로 삼은 ‘용이 지키는 바다’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표현했다. 바다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 사진을 찍으면 정말 동해 겨울바다에 다녀온 것처럼 훌륭한 한 컷이 된다.

관람객들이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에서 ‘빛의 회랑’ 스테인드글라스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관람객들이 경북 경주시 ‘플래시백 계림’에서 ‘빛의 회랑’ 스테인드글라스를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용이 지키는 바다’에 이어 신라인들의 문양인 ‘보상화’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인 ‘빛의 회랑’가 나온다. 햇빛이 잘 비치는 쪽에 마련된 시설이어서 정말 밝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마지막 공간은 금관, 상감유리 목걸이 등 신라의 각종 보물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영상이다.


■동궁원 버드파크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 동궁과 월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2013년 보문단지에 동궁원이 탄생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시설은 버드파크다. 다양한 새를 살펴보거나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시설이다. 물론 새 외에도 여러 가지 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

경북 경주시 동궁원 버드파크에서 앵무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다. 남태우 기자 경북 경주시 동궁원 버드파크에서 앵무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다. 남태우 기자

버드바크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양한 새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뱀과 거북이 잠을 자는 시설을 지나면 수생플라이트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새 소리는 이곳에서 흘러나온다. 태양황금앵무, 흰올빼미 등이 소리를 지르는 ‘범인’들이다. 어린이 두 명이 태양황금앵무 두 마리를 손바닥에 앉혀 모이를 준다. 새들은 익숙한 듯 얌전하게 먹이만 골라 먹는다.

새로운 관람객이 들어오자 새들은 더 소란스러워진다. 먹이를 달라면서 주변을 맴돌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 머리에 앉은 새가 있는가 하면 바닥에 앉아 사람 얼굴만 쳐다보는 새도 있다.

잉꼬앵무새들이 관람객 손에 앉아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남태우 기자 잉꼬앵무새들이 관람객 손에 앉아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남태우 기자

수생플라이트를 나오면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청금강앵무를 만날 수 있는 새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안전을 고려해 직원이 안내한다. 청금강앵무는 부리가 날카로운 탓인지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제2관에는 사랑앵무장이 있다. 잉꼬앵무새들의 재촉을 들으며 먹이를 주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잉꼬앵무새가 여러 마리가 바로 날아온다. 머리에 앉아 재롱을 떠는 새도 있다. 손바닥을 펼치자 여러 마리가 날아와 앉더니 먹이를 달라면서 짹짹거린다. 새들은 노래하고 사람들은 신나게 웃으면서 그야말로 합창을 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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