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화장실·탐방로 조사… 예산 설정·인력 운용 ‘원점’ 출발 [금정산국립공원 공백기 우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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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일반 산지→국립공원
기존에 없던 계획 새로 수립해야
시, 내년 관리 운영비 38억 편성
지역 거버넌스 조기 구축 필요성

부산과 경남 양산에 걸쳐 있는 금정산이 지난 10월 31일 환경부 국립공원원위원회 최종 심의를 통해 전국 24번째이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정산 고당봉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과 경남 양산에 걸쳐 있는 금정산이 지난 10월 31일 환경부 국립공원원위원회 최종 심의를 통해 전국 24번째이자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정산 고당봉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리 인프라가 안정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금정산이 기존과 달리 비보호구역에서 곧바로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데다 도심형이라는 차별화된 특성을 지닌 만큼 새로운 유형의 맞춤형 지역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제야 화장실 개수 세는 금정산

금정산은 38년 만에 일반 산지(비보호구역)에서 곧바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사례다. 직전에는 소백산이 1987년 동일한 방식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기존에 없던 공원 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예산 항목 설정부터 조직·인력 운영 기준까지 모든 체계를 ‘제로 베이스’에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투입되는 관리예산 구조도 기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전환된 타 국립공원 사례와 다르다. 202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팔공산의 경우, 도립공원 단계에서 이미 공원 계획과 시설물 배치, 인허가 체계, 예산 항목 등이 갖춰져 있었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는 이들 업무와 예산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빠르게 관리 체계가 안착됐다.

2027년부터 본격적인 국립공원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립공원공단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동안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공단이 추진했던 현황 조사는 자연·문화·경관 가치 측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공단은 내년 국비 34억 원을 들여 기초 현황 조사를 새로 실시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기존 공원 계획이 전무했던 지역인 만큼 화장실·편의시설·탐방로·지자체별 요구 사업 등 필요시설을 전수 조사하고 정비 물량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내년 1년 동안 향후 사업 물량과 예산 산출의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최근 5년과 비슷한 수준의 규모로 내년도 지방비(시비·구비) 38억 원을 편성해 예산안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와 6개 기초지자체는 국립공원 지정에 따라 도로·하수·상수·오수 처리, 가로등 설치 등 생활 기반시설 분야를 담당한다. 이 같은 구조로 탐방로 정비와 편의시설 재배치, 거점 공간 조성 등 실질적인 시설 건립과 대규모 정비 사업은 내후년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거버넌스’ 조기 구축 필요

부산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 지정 초기부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예산·조직·업무를 유기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이른바 ‘금정산 맞춤형 지역 거버넌스’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금정산국립공원이 표방하는 ‘도심형 국립공원’ 모델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공단과 지자체 간 역할과 책임을 조기에 정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선결 과제라는 분석이다.

금정산국립공원지정시민운동네트워크 강호열 집행위원장은 “시민계획단을 통해 국립공원 초기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고 충분히 협의하지 않으면 기존 관리 방식이 그대로 고착되거나 준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립공원공단·부산시·각 구의 역할과 책임과 더불어 사업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태·문화 거점으로

기후부와 부산시는 향후 금정산을 ‘생태관광·교육 거점’으로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환경 해설·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 수익을 창출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시설 개선, 교육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그림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해외 국립공원 운영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시민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장료와 기념품 수익을 지역 일자리와 공원 시설 확충, 교육 사업에 수익을 환원하는 구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금정산국립공원이 ‘주민 참여 보장’을 운영 방침을 내건 만큼 협력형 관리 모델도 주목된다. 도쿄 도심형 국립공원인 ‘국영 쇼와 기념공원’은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단위 봉사활동을 운영하고 지역 화훼산업과 연계한 축제를 열고 있다. 일본 ‘닛코 국립공원’은 세계문화유산·천연림·습지 등 구역별 특성을 세분화해 관리하고, 매년 공원 계획을 재검토하며 사계절 관광과 자연 보전을 병행하고 있다.

동아대 조경학과 양건석 교수는 “금정산과 같은 도시 속 녹색 영토를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설 관리뿐 아니라 녹지 복지 관점의 정책 접근도 중요하다”며 “국립공원 지정 이후 운영 단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관리 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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