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시대를 건너는 법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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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인 가구가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지난 9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국 804만 5000가구였다. 전체 가구 중 비중도 36.1%로 역대 최고였다. 1인 가구 시대가 가속하면서 ‘나 혼자 산다’(나혼산) 시대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10층 식당가 '금수복국'은 1인 고객을 위한 전용 좌석을 마련해 편안한 식사 환경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10층 식당가 '금수복국'은 1인 고객을 위한 전용 좌석을 마련해 편안한 식사 환경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 1인 가구 800만 시대

1인 가구는 2019년 614만 8000명(30.2%), 2020년 664만 3000명(31.7%), 2021년 716만 6000명(33.4%), 2022년 750만 2000명(34.5%), 2023년 782만 9000명(35.5%), 2024년 804만 5000가구(36.1%)로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청년층의 결혼 감소, 고령화 시대 사별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지역별 1인 가구 비중은 서울이 39.9%로 가장 높았고, 대전(39.8%) 강원(39.4%) 충북(39.1%)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전체 147만 1000가구 중에서 1인 가구는 54만 8000가구로 37.2%에 달했다. 부산에서는 1인 가구 고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2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60대(19.7%), 29세 이하(17.7%), 30대 (14.4%), 50대(14.0%), 40대(10.5%) 순이었다. 60대 이상 비중이 43%에 달하는 것이다. 반면 서울은 29세 이하 1인 가구 비중이 25.4%로 가장 높아 부산과 대조를 보였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6층 ‘네스프레소’는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커피 머신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6층 ‘네스프레소’는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커피 머신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제공

■ 1인 가구 마케팅 활발

이미 대세가 된 1인 가구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동력이 됐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유통가의 공략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은 4월 1인 가구의 수요를 감안해 ‘한 그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1인분 식사에 적합한 메뉴를 모은 카테고리로 최소 주문 금액을 없앤 게 가장 큰 특징이다. 9월 누적 1000만 건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중순 2000만 건을 돌파했다. 치킨 브랜드 bhc는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반 마리 치킨 메뉴를 9월 출시하고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젊은 세대와 혼밥족 등 1인 가구 증가와 소량 배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편의점에서도 1인 가구용 소포장이 점점 늘고 있다.

1인 고객을 겨냥한 전용 좌석과 메뉴를 갖춘 식당들이 고깃집, 샤브샤브, 디저트, 복국집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며 메뉴를 타협하거나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취향과 속도에 맞게 소비할 수 있는 1인 식문화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막강한 소비력을 갖춘 1인 가구는 이미 가전업계의 큰손이다. 생활공간이 협소한 싱글족은 더 작고, 더 간편한 상품을 선호한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기본 백색가전은 물론, 3kg짜리 미니 건조기, 무선 핸드스틱 청소기, 정수기, 커피 머신 등 소형 가전이 인기다.


서울 송파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1인 가구에 최적화된 0.6L 규격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를 10일 시범 도입했다. 송파구가 새로 시범 도입한 0.6L짜리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왼쪽)와 기존 가장 작은 크기의 1L짜리 봉투.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1인 가구에 최적화된 0.6L 규격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를 10일 시범 도입했다. 송파구가 새로 시범 도입한 0.6L짜리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왼쪽)와 기존 가장 작은 크기의 1L짜리 봉투. 연합뉴스

■ 지자체도 달라진다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해 지자체들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올해부터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간병비를 지원하는 ‘기장 SOLO 케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장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1인 가구원이 입원 중 간병업체를 통해 간병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간병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회적 단절, 고립 등에 처할 수 있는 1인 가구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부산진구는 청년 전월세 중개 수수료 지원, 소형 건설기계 조종 교육 등을 새롭게 지원해 1인 가구원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부산 중구는 1인 가구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생명의전화와 업무협약을 맺고 24시간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서울 송파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1인 가구에 최적화된 0.6L 규격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시범 도입했다. 송파구는 10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관내 1인 가구가 많은 일반 주택동인 방이2동, 송파1동, 삼전동, 잠실본동, 석촌동에서 0.6L 규격 봉투 판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종전 최소 규격인 1L보다 작은 용량의 봉투가 필요하다는 주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서울 관악구는 올해 전국 최초로 ‘관악형 작은 1인 가구 지원센터’를 동 단위로 구축해 촘촘한 생활권 기반 지원체계를 확립했다. 이를 토대로 교육, 여가, 문화, 소모임, 건강 상담 등 다각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약 1만 명에 달하는 1인 가구 주민이 동네 가까운 곳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효과를 거두었다.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불안 해소에 주력한 것이다. 인천시는 내년 1월 ‘외로움돌봄국’을 출범해 노인과 청년 1인 가구의 고립과 은둔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부산 부산진구 ‘안창 다함께주택’ 내부 모습. ‘안창 다함께주택’ 은 노인 공공 공유주택으로 주거공간과 프로그램실 등을 갖추고 주거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안창 다함께주택’ 내부 모습. ‘안창 다함께주택’ 은 노인 공공 공유주택으로 주거공간과 프로그램실 등을 갖추고 주거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일보DB

■ 새롭게 뜨는 ‘1.5가구’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진은 2026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1.5가구’를 제시했다. 1.5가구'는 개인의 독립적인 삶을 기반으로 하되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자원’(0.5)과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관계를 말한다. 고독하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이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라이프 스타일 방안이다.

1.5가구는 ‘지원 의존형’ ‘독립 지향형’ ‘시설 활용형’ 등 세 유형으로 나뉜다. ‘지원 의존형’은 혼자 살지만, 가족 등 외부적인 지원을 끊임없이 받아서 심리적 외로움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유형이다. ‘독립 지향형’은 2~4인 가구가 한집에서 살지만, 각자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켜주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시설 활용형’은 공유 주거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의 개인 공간은 확보하면서 공용 공간을 함께 쓰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 세대·지역별 맞춤 정책을

국가데이터처의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조사에서 1인 가구의 절반은 외롭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뇌졸중, 심장병, 당뇨, 인지기능 저하, 조기 사망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외로움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정책이 더 확산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복지와 돌봄은 주로 아동과 노인에게 집중돼 있는데 중장년층과 청년층까지 국가 돌봄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 세대별·지역별 특성에 맞게 세밀한 1인 가구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에게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중장년층에게는 경력 단절 방지, 직업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돌봄 서비스 확대와 생활·의료 지원 등 지속적인 사회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1인 가구 증가로 가족 구성이 다변화하는 만큼,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쏟아야 한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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