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노선’ 장동혁 지도부 향해… 국힘 부산 의원들 ‘쓴소리’
“장 대표, 노선 변경해야 한다”
김대식 SBS 라디오 출연 발언
16일 초선 모임서 언급 가능성
국힘 비상계엄 사과문 발표에
이성권·정연욱 등 이름 올려
PK서 지도부 ‘우클릭’에 우려
지방선거 앞두고 당내 긴장감
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지난 3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과를 거부하고 강경 노선을 이어가는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당 내부의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보수 지지 기반이 강한 부산 지역 의원들까지 당 지도부를 향해 노선 전환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를 향해 강성 보수층을 겨냥한 노선을 고수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연말까지 노선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변화가 없을 경우를 전제로 “상당한 혼선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 전망과 관련해 “지금 상황은 (내년 지방선거 전망이) 만만치 않다”며 “강자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장동혁호가 살아남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가 다양한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데 노선을 변경할 지, 안 할 지는 장 대표 몫”이라며 “저는 장 대표가 노선 변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선 변경의 데드라인을 묻는 질문에는 “연말 안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만약 연말까지 입장 변화가 없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을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42명 규모의 초선 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16일 예정된 초선 의원 모임에서도 지도부를 향한 문제 제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의제를 정해놓고 만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당이 국민 지지를 받고, 국민 곁으로 더 다가가려면 어떤 모습이 좋겠냐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서도 “최근 한 전 대표의 당원 게시판 논란이 가족들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으로 번지며 당 전체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만들고 있다”며 “국민 민생을 챙기기에도 부족한 이 시간에 내부 다툼이 계속되는 모습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라고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이 많은 PK(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최근 장동혁 지도부의 ‘우클릭’ 노선을 향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비판이 최근에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앞서 이성권 의원과 김용태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25명은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정연욱, 서범수, 최형두, 신성범 의원 등 PK 지역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사과문에서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 원조 친윤계(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3선의 윤한홍 의원도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 평가 회의’에서 12·3 계엄 사과를 거부한 장동혁 대표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라고 발언하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촉구했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은 지난 12일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비상계엄 사태를 사과하며 큰 절을 했고, 다수 의원들이 SNS를 통해 개별 사과 메시지를 내는 등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가량 앞두고 수도권은 물론 PK 지역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당내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상계엄 사과와 노선 전환 요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장동혁 지도부가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 향후 방향성을 설정할 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