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미술의 통섭, 부산에서 피어나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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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성료
전석 매진 열기… “자유롭고 생동감 넘쳤다”
신예 작곡가 이하느리 ‘스터프 3번’ 첫 공개
이우환 “발랄한 음색… 쇤베르크 영향 보여”
일본 ‘앙상블 노마드’ 감각적 연주도 인상적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열린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 커튼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열린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 커튼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개최했다. 사진은 이하느리의 창작곡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을 연주하는 앙상블 노마드 모습.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개최했다. 사진은 이하느리의 창작곡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을 연주하는 앙상블 노마드 모습.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생전 처음 듣는 음악인데 마치 이우환 선생님의 작품 사이를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굉장히 자유롭고 생동감이 있는 게 자유분방함이 느껴졌어요. 선생님 작품은 약간 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듣다 보니 그 밝음이 좋던 걸요. 춤출 뻔했어요. 모여 있던 선생님의 에너지를 풀어놓은 것 같았습니다.”(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선생님 건강한 모습 뵈니까 그저 기분이 좋았어요!”(조일상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런 좋은 기획을 해 줘서 이우환 선생님을 또 뵙게 되네요. 감사하죠!”(신옥진 부산 공간화랑 대표).

지난 13일(이우환 공간)과 14일(부산콘서트홀 챔버홀) 이틀에 걸쳐 부산에서 열린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에서 세계 초연된 신예 작곡가 이하느리(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재학)의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을 감상한 소감이다. 일반 공개한 14일 연주회(부산일보 11월 25일 자 16면 보도)는 무료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우환(오른쪽) 작가가 이하느리 작곡가가 건넨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 악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우환(오른쪽) 작가가 이하느리 작곡가가 건넨 ‘스터프(Stuff) 3번: 이우환의 정원’ 악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스터프 3번’은 이하느리 작곡가의 스터프 시리즈 세 번째 곡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 공간’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위촉했다. 이 곡 연주는 20세기와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로 명망 있는 일본의 앙상블 노마드(지휘 하나다 와카코·일본 도호가쿠엔 음악대학 교수)가 맡았다.

곡은 11분짜리였는데, 평소 보기 드문 악기 편성(베이스 플루트, 첼로, 베이스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기타, 바이올린)에다 소리와 침묵, 반복과 변형을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을 젊은 작곡가 특유의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풀어냈다. 얼핏 들으면 재즈풍의 즉흥연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음악회가 끝난 뒤 작곡가에게 즉흥연주 비중을 물었더니 “나중에 악보를 보여주겠다”는 말로 대신했는데, 어느 정도는 정확하게 지정된 액션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우환 작가는 “이하느리 작곡가를 한 차례 만나긴 했지만, 완성된 곡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며 “전혀 생소하지 않고, 음색이 대단히 발랄했으며, 쇤베르크 영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주자들도 상당히 감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연세대 교수.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연세대 교수.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개최했다. 사진은 위르크 프라이의 첫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 모습.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개최했다. 사진은 위르크 프라이의 첫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 모습.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이하느리 작곡가는 이날 이우환 작가를 위한 곡 ‘스터프 3번’을 작곡한 것 외에도 △모튼 펠트먼의 ‘투영 1번’(Projection I, 1950, 연주 첼리스트 기타지마 아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연세대 교수) △위르크 프라이의 첫 현악 사중주(1988, 연주 화음챔버오케스트라 윤여영·김남훈·홍진선·김진경)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총 12명의 연주자가 함께했다.

프로그램 구성에도 호평이 쏟아졌는데, 특히 위크르 프라이의 현악 사중주를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남훈 계명대 교수는 “이 곡을 처음 접했을 땐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이렇게 쉬운 곡을 연주해도 되나 싶었는데 첫날 이우환 공간에서 연주하면서 이하느리 작곡가가 기가 막히게 선곡을 잘했구나 싶어 천재적이라고 느꼈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겐 “음악적 여운이 가시기 전에 꼭 ‘이우환 공간’을 다시 방문해 볼 것”을 권했다.

이우환(오른쪽) 작가와 이하느리 작곡가. 김은영 기자 key66@ 이우환(오른쪽) 작가와 이하느리 작곡가. 김은영 기자 key66@

이하느리 작곡가는 “이우환 선생님과 작업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앙상블 노마드의 뛰어난 연주 덕분에 제 작품이 소리로서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이 작업은 저에게 음악을 관계와 긴장 속에서 다시 사유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로 남았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개최했다. 사진은 연주회가 끝난 뒤 이우환(왼쪽에서 세 번째) 작가와 이하느리(오른쪽에서 세 번째) 작곡가를 비롯해 전 출연진,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 등이 단체로 기념사진 찍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이우환 공간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개최했다. 사진은 연주회가 끝난 뒤 이우환(왼쪽에서 세 번째) 작가와 이하느리(오른쪽에서 세 번째) 작곡가를 비롯해 전 출연진,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 등이 단체로 기념사진 찍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이번 행사를 기획한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도 “동시대 현대미술에 있어서 미술과 음악이 만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더 완벽한 통섭과 융합을 추구한 기회였으며, 지난 10년간 ‘이우환 공간’과 함께 부산시립미술관이 세계화되는 데 많은 역할과 도움을 준 이우환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한다”고 전했다. 14일 이우환 작가는 챔버홀 객석 맨 앞자리에서 음악을 감상했다. 전날인 13일에는 가족과 함께 연주회에 참석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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