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원짜리 키오스크 의무화?"… 장애인도 점주도 운다
‘배리어프리 기계’ 전면 의무 불구
부산 서면 일대 설치 겨우 1곳
기존 키오스크보다 배 이상 비싸
지원 등 부족에 점주 설치 부담
지난 5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는 모습.
장애인 사용을 배려하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지난달부터 소규모 사업장에 전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상당수 매장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기존 키오스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홍보와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현장이 제도 취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5~6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 서면 중앙대로 일대에 위치한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과 일반 매장을 취재진이 점검한 결과,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한 곳은 프랜차이즈 매장 단 1곳뿐이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모두 바닥 면적이 50㎡ 이상으로, 높낮이 조절과 음성 안내 기능 등을 갖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바닥 면적 50㎡ 미만인 일반 매장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대신 호출벨 설치나 안내 인력 배치 등 대체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지 않은 기존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초밥 가게 점주 A 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들였는데, 장애인 손님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안내 인력을 두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키오스크를 바꾸지 않아도 당장 큰 문제 생기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는 2022년 의결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에 따른 조치로, 지난해 1월 28일부터 바닥 면적이 50㎡ 이상이면서 상시 근로자가 100명 미만인 사업장이 키오스크를 신규로 설치하려면 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은 기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기존에 키오스크를 사용해 온 매장에는 1년의 유예기간을 줬고, 지난달 28일을 마지막으로 유예기간이 끝났다.
일선 점주들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외면하는 이유로 비용 부담을 꼽는다. 일반 키오스크는 대당 가격이 200~300만 원 수준이지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가격은 최대 700만 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 소상공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 지원책이 마련됐지만 현장에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2026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비용을 최대 70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청 접수는 다음 달 시작되고, 평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지원은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단속 주체인 부산시 역시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상위 기관 지침의 구체적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별도 단속이나 지원 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라고 말했다.
현장 혼선을 두고 장애인 단체에서는 제도 시행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충분한 홍보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부산장애인총연합회 전현숙 사무처장은 “국민의 5.2%가 등록 장애인이고 부산은 5.5~5.6%으로 전국 평균보다 장애인 비중이 높다”며 “셀프 주유소 등 다양한 업종의 키오스크 이용 과정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금전적 지원을 통해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