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된 단면’과 ‘쌓인 레이어’로 확장된 사진의 언어…권순관·서대호 개인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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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관, 6일까지 두구동 space bV
20여 년 작업 궤적 한자리서 감상

서대호, 9일까지 달맞이 갤러리 이듬
회화처럼 보이도록 철저히 계산된 사진

권순관 작가의 'Gestures in swimming pool'(2009) 일부.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Gestures in swimming pool'(2009) 일부. space bv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사진은 카메라 렌즈라는 명확한 프레임을 통해 세상 일부분을 잘라내는 예술이다. 회화나 조각이 무에서 유를 추구하는 작업이라면, 사진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특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데 가깝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처럼, 빛과 움직임, 감정이 맞물리는 찰나의 밀도는 강한 감응을 남긴다. 최근 부산에서는 이러한 사진 매체의 본질을 확장해, 보이지 않는 구조와 기억의 층위를 탐색하는 두 개인전이 나란히 주목받고 있다.

권순관 작가의 'Gestures in swimming pool'(2009).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Gestures in swimming pool'(2009). space bv 제공
개인전 ‘스템스(Stems): 줄기들의 횡단면’을 여는 권순관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개인전 ‘스템스(Stems): 줄기들의 횡단면’을 여는 권순관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금정구 스페이스 비브이(space bv, 금정구 체육공원로 595)에서 6일까지 열리는 권순관의 ‘스템스(Stems): 줄기들의 횡단면’과 갤러리 이듬(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길 53, 1층)에서 9일까지 이어지는 서대호의 ‘온 메모리(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이다. 두 작가는 모두 사진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각기 ‘틈’과 ‘레이어’라는 방식으로 현실 너머의 감각을 드러낸다. 권순관이 이미지 내부의 구조적 간극을 절단된 단면으로 드러낸다면, 서대호는 물질적 층위를 쌓아 올려 기억의 깊이를 시각화한다.

권순관의 작업은 제목이 암시하듯, 생장과 확장의 과정에서 특정 지점을 절개해 그 이면의 구조와 시차를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피사체의 외형보다 사진 평면 위에서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형되는지에 주목하며,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을 통해 장면을 구축한다.

권순관 작가의 '교통 안내 표지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자와 서류봉투로 얼굴을 가리고 이를 훔쳐보는 남자'(2005).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교통 안내 표지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자와 서류봉투로 얼굴을 가리고 이를 훔쳐보는 남자'(2005).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A Triangle'(2013).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A Triangle'(2013).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Women sitting on the fountain'(2007). space bv 제공 권순관 작가의 'Women sitting on the fountain'(2007). space bv 제공

이번 전시는 권순관의 20여 년 작업 가운데 주요 연작을 한 점씩 선별해 선보이는 자리다. 예를 들면 ‘교통 안내 표지판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자와 서류봉투로 얼굴을 가리고 이를 훔쳐보는 남자’(2005)는 대부분의 인물을 전부 연출했다. 일종의 영화감독처럼 ‘배치’한 것이다. 가로 길이가 7m가 넘는 수영장 이미지를 다룬 대표작 ‘Gestures in Swimming Pool’(2009)을 보면, 관람객은 웅장함이나 아름다움보다는 왠지 모를 불안함과 서늘함, 그리고 기괴한 정적을 느끼게 된다. ‘A Triangle’(2013)은 수천 명이 모인 실제 시위 현장에 수십 명의 스태프를 투입해 삼각형 형태를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생각만큼 삼각형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현실의 힘이 작동하는 원리와 무관하게 사진 매체 시뮬레이션을 중첩했다. 5년간 지속한 ‘파도’ 작업의 경우, 작업 중 스태프가 감전돼 병원에 실려 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고, 필름 카메라를 잡는 계기도 됐다.

권순관 개인전 ‘스템스(Stems): 줄기들의 횡단면’ 전시 전경. space bv 제공 권순관 개인전 ‘스템스(Stems): 줄기들의 횡단면’ 전시 전경. space bv 제공

space bv 이정윤 대표는 “10년간 팔로우업하고, 3년 전부터 협의한 전시”라면서 “전시장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대형 사진들과 분절적인 이미지를 통해 그동안 작가의 작업과 사유의 흔적을 살피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현실의 질서가 얼마나 임의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은 오전 11시~오후 6시(일·월요일 쉼) 운영된다.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에 전시 중인 작품. 작가 제공

서대호의 작업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사진의 경계를 확장한다. 그는 사진을 회화처럼 보이게 하려고 디지털 합성이 아닌 물리적 방식을 택한다. 광목천을 여러 겹 쌓아 올리고, 자르고, 채색하며 만든 입체적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한다. 멀리서 보면 매끈한 그래픽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반전이다. 광목천 질감과 미세한 그림자가 살아난다.

광고와 패션 사진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세트 구성부터 모델, 의상, 조명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는 점도 특징이다. 작업의 상당 부분이 기획 단계에서 결정될 만큼 개념적 성격이 강하다.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그에게 색은 기억을 환기하는 핵심 요소다. 물감을 다루듯 공간을 설계하고 색을 배치하면서, 개인적 기억과 감정을 화면 위에 투영한다. 익숙하면서도 쉽게 환원되지 않는 색의 조합은 관람자의 감각을 서서히 환기하며, 이미지에 층위를 더한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빌리고 있지만, 그 작동 방식은 오히려 조각이나 설치에 가깝다.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서대호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서대호 개인전 ‘ON MEMORY: 우리는 기억 위에 존재한다’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한 서대호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한편 서대호의 전시는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제15회 부산화랑아트페어(BAMA)에 단 3점의 작품으로 참여한 아트큐브 투알투(아트큐브 2R2) 부스에서 처음 대면한 뒤 갤러리 이듬 강금주 대표가 빠르게 손을 내밀면서 성사됐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자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초대전이다. 전시 관람은 오전 11시~오후 6시(일·월요일 쉼)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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