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별세에 쏟아지는 추모 메시지(종합)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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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첨벙’·‘클라크 부부와 퍼시' 등 대표작
서울시립미술관서 아시아 첫 대형 개인전도
“예술계 거인 잃어"…찰스 3세·美주지사 애도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AP연합뉴스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AP연합뉴스

영국의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호크니의 홍보 담당자는 12일 외신에 “20세기와 21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호크니가 89세 생일을 약 한 달 남기고 자택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37년 7월 9일 영국 요크셔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나 런던 왕립예술대를 졸업한 호크니는 21세기 아이콘으로서, 생존 미술가로도 유명했다. 1960년대 팝아트 운동의 대표 주자였지만, 그에 갇히지 않았다. 70년 넘게 활동하며 회화뿐 아니라 판화, 무대 디자인, 사진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했다. 초상과 정물, 풍경을 넘나들고 관습적인 일점소실 원근법을 거부했으며, 다양한 매체를 탐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생존 작가 최고가(9030만 달러)에 낙찰됐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1972년 작품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연합뉴스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생존 작가 최고가(9030만 달러)에 낙찰됐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1972년 작품 ‘예술가의 초상'(두 인물이 있는 수영장). 연합뉴스

대표작으로는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1967) 등 햇살 아래 반짝이는 파란 수영장을 그린 연작을 비롯해, 유명 패션 디자이너 부부를 그린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1), ‘예술가의 초상’(1972) 등이 있다. ‘예술가의 초상’은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019억 원)에 팔려 당시 생존 예술가로서 최고가 기록을 썼다. 이 기록은 이듬해 제프 쿤스의 ‘토끼’(9107만 5000달러)가 깼다.

호크니는 오랜 기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내며 햇살 가득한 교외 풍경을 주요 모티프로 삼았다. 노년에는 유럽으로 돌아와 고향인 영국 요크셔의 숲이나 프랑스 노르망디의 들판과 나무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회화뿐 아니라 1987년 LA 오페라에서 초연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제작에 기여하는 등 의상과 무대 디자인도 했으며, 판화와 사진 콜라주, 비디오 아트 작품 활동으로 확장했다. 말년에는 아이패드 드로잉에 관심을 가지는 등 새로운 도구와 기법에 열려 있는 태도를 보였다.

호크니는 2012년 가벼운 뇌졸중을 겪었고, 말년에는 청력을 거의 잃었지만 2023년 런던으로 돌아가서도 일을 멈추지 않았다. 동성애가 불법이던 시절부터 커밍아웃했으며,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1회 '아트부산 2022'에서 선보였던 데이비드 호크니 대형 작품 'Pictures at an Exhibition'. 아트부산 제공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1회 '아트부산 2022'에서 선보였던 데이비드 호크니 대형 작품 'Pictures at an Exhibition'. 아트부산 제공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 ‘데이비드 호크니’가 한국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133점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2023년에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라이트룸 서울에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비거 앤 클로저’가 열렸다. 호크니가 기획부터 직접 참여한 전시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작업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만 공식적으로 한국을 찾지는 않아 그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AP연합뉴스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AP연합뉴스

한편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계에서 애도가 잇따랐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12일 성명에서 “예술계의 거인이자 진정한 요크셔인, 많은 이에게 진실한 친구이고 영감을 준 사람인 호크니의 별세에 매우 슬프다”면서 “좋아하는 노란 크록스 신발을 신고 궁 행사를 밝힌 것처럼 천재성을 가뿐하게 입었던 이”라고 말했다. 호크니가 2022년 11월 버킹엄궁에서 열린 메릿훈위 보유자 오찬에 캐주얼한 신발을 신고 참석한 일을 언급한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영국에서 가장 찬사받는 예술가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별세 소식에 슬프다”고 애도하고 “그의 생생하고 바로 알아볼 만한 작품은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대표작 ‘더 큰 첨벙’, ‘클라크 부부와 퍼시’ 등 호크니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의 앨릭스 파쿼슨 관장은 BBC 방송에서 “호크니는 세상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지닌 무한히 창의적인 예술가였다”며 “그의 별세는 미술계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추모했다. 내년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호크니 대규모 전시가,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서는 호크니 멀티미디어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다. 2017년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렸던 호크니 전시는 50만 명을 끌어모아 최다 관람객 기록을 썼다.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AP연합뉴스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AP연합뉴스

호크니가 1978년부터 여생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대표작을 창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그는 LA에 이주해 온 영국인으로,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흡수해 따스함을 세상에 10배로 되돌려줬다”고 기렸다. 스테파니 배런 LA카운티미술관(LACMA) 수석 큐레이터는 LA타임스에 “그는 세상을 경이롭고 기쁨으로 채워보는 능력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LACMA는 호크니의 작품 150여 점을 영구 소장 중이며 그의 전시를 수차례 열었던 미술관이다.

호크니 작품 대형 전시를 두 차례 열었던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 퐁피두 센터도 성명을 내 “호크니는 생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만큼 창의적인 예술가였다”며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형형히 빛나고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호크니는 올해 초 프랑스 명예 훈장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를 받았다.

호크니는 영국에서도 컴패니언스 오브 아너 훈장과 메릿 훈장을 받았지만, 수십 년간 기사 작위를 여러 차례 거절했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요청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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