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꺾였지만 후유증은 계속…어류 630만미 훌쩍, 멍게 93억 원 피해
경남 남해안 양식장을 덮친 고수온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양식 어류 폐사는 600만 마리를 넘어섰고, 멍게도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24년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붉은 재앙’으로 불리는 적조까지 양식장 주변을 맴돌고 있어 어민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5일 경남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집계된 고수온 추정 양식어류 폐사량은 통영과 거제, 남해, 하동 4개 시군 171개 어가 630만 6000여 마리다. 이날 하루에만 33만 9000여 마리가 추가됐다. 이 중 513만여 마리, 10마리 중 8마리가 조피볼락(우럭)이다. 우럭은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으로 고수온에 더 취약하다. 이어 볼락 43만 6000여 마리, 숭어 35만 8000여 마리, 말쥐치 20만 3000여 마리, 고등어 13만여 마리, 넙치 3만 3000여 마리, 강도다리 1만 3000여 마리, 방어 3000여 마리 순이다. 피해액은 75억여 원이다. 그나마 30도에 넘나들던 수온은 폐사 한계인 28도 이하로 떨어졌지만 후유증이 오래가는 고수온 피해 특성상 당분간 누적 폐사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멍게는 더 심각하다. 첫 폐사가 확인된 지난달 24일 이후 지금까지 130개 어가에서 1944줄이 피해를 봤다. 1줄은 멍게가 촘촘히 달라붙은 봉줄 50여 개를 줄지어 묶은 100m 길이 굵은 밧줄이다. 개체 수로 따지면 줄당 14만여 마리에 달한다. 피해액은 93억 3500만 원 상당이다. 심지어 이는 지자체가 현장 확인을 거친 수치로 실제 피해 규모는 이미 100억 원을 훌쩍 넘겼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지금까지 통영시에 접수된 신고만 239건(151어가), 2462줄, 추정 피해액 124억 원 상당이다. 거제시도 25건에 피해 규모를 산정 중이다.
여기에 혹여 폐사를 부추길까 걱정돼 어장 확인조차 못 한 어민도 부지기수다. 얇은 껍질에 싸인 멍게는 양식 수산물 중에도 유독 수온 민감하다. 적정 생장 수온은 10~24도로 찬물은 웬만큼 버티지만, 이를 넘어서면 생리현상이 중단되고 심하면 속은 물론 껍질까지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때문에 1도라도 낮은 수온을 확보하려 봉줄을 묶은 밧줄을 최대한 10m 이하 저층에 늘어뜨려 놓는다.
멍게수협 관계자는 “피해 여부를 확인하려면 다시 끄집어 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폐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보니 상당수 어민이 꺼린다”며 “내주 본격적인 합동 현장 조사가 시작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고 했다.
2024년 여름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통영과 거제 앞바다 멍게 양식장이 초토화됐다. 총 680ha, 축구장 1100여 개 면적의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과 거제 앞바다는 국내산 멍게 유통량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산지다. 당시 수확을 앞둔 성체부터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모조리 떼죽음했다. 공식 집계된 폐사량만 97%, 집계 이후 후유증으로 추가 폐사한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전량 폐사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올해는 전복도 심상찮다. 지난달 31일 이후 5일 만에 109만여 마리가 줄폐사해 8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작황이 좋을 때 봉줄에 맺힌 멍게(왼쪽)와 껍질만 남기고 폐사한 멍게(오른쪽). 부산일보DB
이 와중에 적조까지 세력을 불리 태세다.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이’ 이상 증식해 바다를 검붉게 물들이는 현상이다. 개체수 폭증으로 가뜩이나 바닷속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점액질 성분이 물고기 아가미에 붙어 질식사를 유발한다. 보통 mL당 1000개체가 넘는 고밀도 적조가 덮칠 때 폐사로 이어지지만, 고수온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선 저밀도 적조도 치명적이다.
작년 여름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넘게 지속되다 뒤늦게 적조가 덮치면서 309만 마리가 줄폐사했다. 적조도 생물이라 고수온에선 크게 세력을 불리지 못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달 27일 국립수산과학원 예찰 결과, 수온이 30도에 육박한 통영시 곤리도 인근에서 mL당 최고 1888개체에 달하는 고밀도 적조띠가 관찰됐다.
지금은 10개체 미만의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역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세력을 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1995년과 2006년, 2009년, 2012년에는 9월 이후 발생한 적조가 10월까지 세력을 유지하며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수과원은 경남 앞바다 적조 주의보를 유지하고 있다. 적조 특보는 코클로디니움 밀도가 mL당 10개체 미만일 때 ‘예비’로 시작해 100개체 이상 시 ‘주의보’로 대체되고, 1000개체를 넘으면 최종 단계인 ‘경보’로 상향한다.
코클로디니움은 수온이 26도 이하로 떨어지고 일사량이 증가하면 빠르게 증식하는데, 최근 뒤끝 폭염이 무뎌지면서 이에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수과원 4일 자 수온 정보를 보면 경남 연안 수온은 전일 대비 1.2도나 떨어진 25.3도다. 통영시가 1~2시간 단위로 실측해 제공하는 ‘스마트양식장’ 정보도 이날 오전 8시 기준 65개 정점 수심 1~10m 평균 수온은 26.1도다.
수과원은 “적조발생 해역 수온이 점차 하강해 적조생물 성장에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밀도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특보 발령해역 주변 양식장은 적극적인 적조방제 활동을 통해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