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 ‘전출 압박’ 사과…구조조정 우려엔 ‘정면 돌파’ 의지
4일 오전 사내 방송 CEO 특별대담서 혁신 의지 강조
자회사 전출 신청, 목표 미달…“부족 인원 신규 채용”
KT 김영섭 대표가 4일 네트워크 운용 자회사 설립을 위한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고위 임원이 직원들에게 전출을 압박했다는 논란과 대해 “최근 회자된 불미스러운 사례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 전출 자원 부족과 통신 인프라 관리 부실 등의 KT 안팎의 구조조정에 대한 진통과 우려에 대해 사실상 ‘정면 돌파’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의 구조조정을 통한 혁신 의지에 대해서는 대표 연임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 임기는 2026년 3월 말 끝나는데 이번 구조조정에 성공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릴 경우 그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KT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사내 방송을 통해 기술 전문 자회사 KT OSP와 KT P&M의 설립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CEO 특별 대담을 진행했다.
앞서 KT 안창용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은 전출 대상 직원을 상대로 연 설명회에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멸감과 자괴감이 있고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는데 이에 대해 사과한 셈이다. 당사자인 안 부사장도 대담에 나와 “설명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김 대표는 “빅테크가 과감히 혁신 성장을 하는 동안 국내외 통신사는 십수 년간 지속해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혁신하지 못하면 심각한 국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 거듭해서 인력 재배치를 통한 혁신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이번 인력 구조 혁신을 마련했고, 가장 시급한 것이 1만 3000명 현장 조직의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 인력의 70% 이상인 9200여 명이 50대 이상이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 인원 5700명 중 630명 이상이 매년 정년퇴직하면 5년 뒤에는 2200명가량이 남는데 합리적인 인력 조정이 없다면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희망퇴직과 경제적 효익이 본사와 차이 나지 않는 자회사 전출 등 구조조정을 거쳐 네트워크 운용 자회사가 업계와 유사한 수준의 처우로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이날 자회사 전출에 1500명 이상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당초 KT는 KT OSP의 경우 기존에 관련 직무를 담당하던 4400명의 77%에 해당하는 3400명을, KT P&M의 경우 기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420명의 90%에 해당하는 380명을 선발해 전출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자원한 인원은 크게 부족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고충림 인재실장은 “1500명은 신설법인으로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력 규모로 본다”며 “부족한 인원은 신규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KT OSP 최시환 TF장은 “신규 채용, 단기 기간제·도급사 확대 등으로 빨리 시간 내 조기 안정화되도록 준비하겠다”고 했고, KT P&M 박태호 TF장은 “경력을 가진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를 많이 해줬고 주니어 (사원) 전출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 대해 소수노조인 KT새노조는 곧바로 성명을 내어 “안 부사장 등 사측이 전출을 강요한 사례를 전수 조사해서 징계하고 잔류를 선택한 직원을 어떤 업무에 배치할지 교육 계획 등을 명확하게 수립하라”며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노동자를 비용만 생각하는 구조조정의 비극이 KT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KT새노조가 지켜 볼 것”이라고 밝혔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