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부터 STO까지 투자 정책 ‘시계 제로’
계엄 사태 이후 종목 막론하고
주가 하락에 밸류업 동력 잃어
세제 지원 혜택도 국회서 발목
가상자산 실명계좌 허용 연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우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주식·가상자산·토큰증권 등 투자 시장의 주요 정책들이 ‘올 스톱’ 됐다. 정부가 올 초부터 증시 부양책으로 공들인 밸류업 정책은 계엄이라는 최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직면했다. 토큰증권, 가상자산 활성화를 위한 법률 개정도 시계 제로에 빠졌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달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 신규 편입 종목을 발표한다. 거래소는 지난 9월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을 발표한 뒤 연말 추가 편입 종목을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통신주·금융주를 중심으로 5개 종목의 신규 편입이 거론된다.
하지만 계엄 사태 이후 종목을 막론하고 주가가 하락한 상태여서, 밸류업 지수 신규 편입이 주식 시장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래소가 지난 9월부터 밸류업 정책 관련 우수 기업을 모아 만든 밸류업 지수는 비상계엄 이후인 지난 9일 931.36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12종목의 평균 수익률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밸류업 ETF 중 순자산 총액이 2833억 원으로 가장 많은 TIGER 코리아 밸류업의 이달 수익률은 -3.80%다.
또한 밸류업 관련 세제 지원 혜택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점도 밸류업 전망을 어둡게 한다. 최근 국회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 평가 20% 폐지 등이 포함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부결했다. 개정안은 밸류업 참여 기업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완화해 준다는 인센티브 측면의 목적이 컸다. 하지만 핵심 인센티브가 빠지면서 밸류업 동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로선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 등에 굳이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역 코스닥 상장 기업 관계자는 “계엄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밸류업 정책이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불확실한 내년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밸류업 핵심인 주주 환원 확대가 가능할지도 원점 재검토해야 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투자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법인 가상자산 실명계좌 허용 문제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금융위는 올 초부터 가상자산위원회 등을 통해 법인계좌에 대한 단계별 허용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확정해 이달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법인 가상자산 실명계좌가 허용되면 가상자산 투자 시장에서 법인의 투자가 늘어나 시장 활성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계엄 사태가 발발하면서 금융당국은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 자금 등 기존 금융시장 안정 조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가상자산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상자산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 것에 대비해 계엄 사태 여파와 상관없이 가상자산 시장 성장을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토큰증권(STO) 법제화 논의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TO 법제화에 대해서는 이미 여야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지난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창현 코스콤 대표 등이 STO 법제화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은 최대치를 찍었다. 하지만 비상 계엄으로 인해 국회에서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법제화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지역 STO 업계 관계자는 “내년 관련 입법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구상하던 STO 업계 입장에서는 현재 관련법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청천벽력이다”며 “국회 차원에서 경제 관련 입법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합의된 사항만이라도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