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은퇴’ 두고 정치권 거센 갑론을박, 왜
조진웅 은퇴 두고 여야 엇갈린 반응
범여권 “과도한 낙인…은퇴 재고해야”
범야권 “친여 인사만 감싸기” 비판 고조
배우 조진웅, 부산일보DB
‘소년범 논란’으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을 둘러싸고 정치권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그의 결정이 지나치다며 재고를 요구하고, 야권은 여권이 친여 성향 인물에게만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며 범여권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서는 조 씨의 은퇴가 과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범여권은 과도한 낙인을 우려하며 조 씨를 두둔하는 분위기인 반면, 범야권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고위공직자 소년범죄 공개법’ 추진까지 거론하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조 씨의 은퇴 선언을 인용해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적었다. 이어 송경용 신부의 글을 공유하며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신부는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박범계 의원도 조 씨를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조진웅 배우의 청소년기 비행 논란이 크다. 저도 깜짝 놀랐다”며 “대중들에게 이미지화된 그의 현재(모습)는 잊힌 기억과는 추호도 함께 할 수 없는 정도인가”라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만 모든 선택은 가역적”이라며 “‘시그널2’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반면 야권은 여권의 조 씨 감싸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 진영의 이중 잣대를 거론하며 “이번 사안은 사회 정치적으로 여러 발언을 하고 의로운 척, 정의로운 척 행동을 한 데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나온 것”이라며 “좌파 진영에서 조 씨를 옹호하는 이유가 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소년기 흉악 범죄 전력을 공개하는 법안을 예고했다. 대통령·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소년기 범죄를 국가가 검증하고 국민이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연예인의 은퇴 논란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진 배경에 조 씨가 오랫동안 범여권 인사로 인식돼 왔다는 점을 지목한다. 범여권이 조 씨를 두둔하는 흐름을 보이는 반면, 범야권은 그의 과거 전력을 고리로 현 정부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조 씨는 지난 8월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관람했고, 올해 제80회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대표로 낭독했다. 친여 성향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작품을 홍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권 지지층 일부에서는 언론 보도 자체를 문제 삼으며 조 씨를 옹호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전력을 다시 거론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는 데 음주운전, 공무원 자격사칭, 폭행과 집기파손(특수공무집행방해) 쯤은 문제없다는 것을 지난 6월 민주적 투표가 보여줬다”며 “하지만 결국 폭행을 시인한 배우가 소년범 전력으로 은퇴하게 되었으니, 대통령은 괜찮고 배우는 은퇴해야 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언제부터 배우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냐며 진영논리를 끌어와 조진웅 씨를 상대 진영의 음모에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국가의 영수가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항상 상대적으로는 찝찝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