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지자체 홍보 지속가능성 묻게 한 '충주맨' 사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충주맨’ 김선태 충주시청 뉴미디어팀 팀장이 공직을 떠난다. 그는 지난 13일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에 올린 영상을 통해 “공직에 들어온 지 10년, 충주맨으로 살아온 지 7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작별 인사를 드리려 한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7년을 마무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6초. 댓글에선 간결한 퇴장에 “충주맨 답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선출직을 제외하면 충주맨 김선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무원일 것이다. 2018년 고등학교 동창인 조남식 주무관의 뒤를 이어 충주시 소셜미디어를 맡게 된 그는, 공무원 사회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던 ‘B급 감성’의 웹 포스터로 온라인에서 주목받았다. 때마침 시작된 유튜브 열풍은 그에게 일생일대 전환점이 되었다. 인터넷 밈을 활용해 빠른 호흡으로 담아낸 그의 홍보 방식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충TV는 2019년 개설되자마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한때 97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모으기도 했다. 약 21만 명인 충주시 인구의 네다섯 배에 달하는 숫자다.

충주시 뉴미디어팀장 돌연 퇴직 의사

7년 동안 독특한 시정 포스팅 유명세

전 시장 전폭 지원에 전국 인기 몰이

단체장 바뀌면 홍보 정책 대거 변경

6월 지선 뒤에도 유사 사례 우려돼

'홍보 브랜드는 자산' 인식 확산되길

충TV의 흥행에 조길형 전 충주시장의 역할이 컸다는 건 잘 알려졌다. 조 전 시장이 있었기에 충주맨도 엄격하고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자기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온라인에선 충주맨의 사직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비단 공무원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유튜브 댓글 창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충주맨이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험한 꼴 당할 것”이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시장 교체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조길형 전 시장은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처음 충주시장에 당선돼 내리 3선을 지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제108조) 상 지방자치단체장은 세 번까지만 연달아 재임할 수 있다. 사람들이 벌써부터 우려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시정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소속 정당이 다르기라도 하면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진다. 전임자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다.

실제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많은 지역에서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덩달아 슬로건·캐릭터 등 시의 홍보 브랜드도 바뀌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더러는 ‘흑화(악화)’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전광역시는 그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대전은 2020년 9월 새 브랜드 슬로건으로 ‘대전 이즈 유(Daejeon is U)’를 채택했다. “대전이 바로 당신이다”라는 의미인데, 충청도 사투리 “대전이쥬”를 연상케 하는 문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슬로건은 2022년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뀌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리를 대체한 시정 구호는 ‘일류 경제도시 대전’. 조례 개정 없이 브랜드 슬로건을 내리고 시정 구호를 내건 데 따른 ‘꼼수 교체’ 의혹도 나온다. 경기 고양특례시 또한 시장 교체 이후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가와지볍씨’로 교체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시의 캐릭터를 시장 한 명 바뀌었다고 교체하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은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당장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교체가 예상된다. 2022년 지방선거는 직전에 있었던 대선 효과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공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그 절반인 22%에 그쳤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39%)이 국민의힘(24%)을 크게 앞섰다. 더군다나 지방선거는 선거 종류와 후보자 수가 많아 유권자들이 줄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단체장을 이기면 광역·기초의원도 줄줄이 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단체장이 브랜드 교체를 결정했을 때 지방의회가 견제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혈세 낭비는 오롯이 지역민들의 몫이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지자체 홍보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양산시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양산시청 홍보팀 팀장과 주무관이 누구인지는 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슬로건·캐릭터 등 브랜드도 지역의 자산인 시대다. 이 중요한 자산이 단체장 개인의 치적 쌓기용 도구로 전락해 새 단체장이 들어설 때마다 갈아엎어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충주맨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당시 “시장님이 바뀌면 (자신도) 순장”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그 발언은 단체장 교체 시기마다 존폐의 기로에 서는 지자체 홍보에 지속가능성을 묻는 것만 같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닥터 Q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썸네일 더보기

    톡한방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썸네일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