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침대 축구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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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본선 조별리그 알제리와 잉글랜드의 경기는 답답하고 지루함 그 자체였다. 알제리 선수들은 상대 선수와 경합 중에 조금만 부딪치면 넘어져 일어나지 않았다. ‘침대 축구’로 일관했다. 알제리는 이 같은 ‘전술’로 우승 후보인 잉글랜드와 무승부(0-0)를 기록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침대 축구는 알제리를 16강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침대 축구는 중동 축구 팀들이 애용하는 전술이다. 경기에서 앞서고 있으면 그때부터 드러눕기 시작한다. 상대 선수에게 살짝 부딪쳐도 얼굴을 감싸고 그라운드에 뒹군다. 선수 교체가 이뤄지면 멀쩡한 다리가 그때부터 아프기 시작하는 듯 다리를 절며 최대한 느리게 나간다. 지고 있는 팀으로선 정말 얄밉고 난감하다.

격렬한 축구 경기에서 선수의 부상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심판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오죽하면 침대 축구의 특효약은 “선제골을 넣는 것 뿐이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100일 남겨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침대 축구에 ‘철퇴’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침대 축구 근절을 위해 부상 치료를 받은 선수의 경기장 복귀를 1분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손흥민이 뛰고 있는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시행 중인 제도다. 현재 MLS는 선수가 15초 이상 쓰러져 의료진이 투입될 경우 다친 선수가 경기장 밖에서 최소 1분간 대기한 뒤 복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FIFA 규정에는 부상 치료 선수의 장외 대기 시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각국 리그가 자체 규정을 마련해 운용해 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경우 2023-2024시즌부터 부상 치료 선수의 재입장을 30초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FIFA는 지난해 12월 아랍컵에서 부상 치료 선수에게 2분간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리는 실전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선수가 치료를 위해 1분간 자리를 비우는 사이 수적 열세에 처한 팀이 실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 나서는 국제 경기에서 당당한 패배보다 꼼수를 동원한 승리를 노린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된다. 침대 축구의 결과를 보면 대부분 좋지 않다. 그게 세상 이치다.

김진성 선임기자 paperk@busan.com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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