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도 같이” 고수하는 민주당…TK 통합법 ‘난망’
민주 “연계 처리 원칙” 재확인
국힘 “TK 주민 우롱” 강력 반발
통합 카드, 지선 변수로 부상
국민의힘 이인선 대구시당위원장과 대구·경북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 광역 지자체장, 광역의회 의장 등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일까지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더불어민주당에 행정통합법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법과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가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 선출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3월 초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정통합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수당이 행사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까지도 대승적으로 포기했다”며 “민주당과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당장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어 TK 통합 특별법을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늘은 정부가 6월 지방선거 전 행정 통합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날”이라고 강조하며 더 이상의 지연은 책임 회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TK 지역구 의원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 등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향해 조속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와 경북 양 의회는 여러 차례 통합 추진 의지를 공식화했고, 국민의힘 또한 당론으로 통합을 확정했다”며 “더 이상 ‘합의 부족’을 핑계로 시간을 끌 이유도,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은 신속히 처리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 왜 지역에 따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기준과 속도가 다른가”라며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끝까지 외면한다면 민주당이 말하는 국가균형발전의 구호는 공허한 선언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통합법을 특정 지역별로 분리해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방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없이 TK 행정통합법을 단독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TK 행정통합법 처리 지연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민주당이 행정통합 카드를 활용해 국민의힘의 지역 현안 대응 역량을 문제 삼고 내부 균열을 부각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3월까지 협상을 이어가 국회 주도권을 확보하고, 6·3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이 무산될 경우 국민의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정 문제도 변수로 거론된다. 통합 특별시에 연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전남·광주에 이어 대구·경북까지 동시에 통합을 추진할 경우 상당한 예산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당초 여권이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광주·전남 통합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재정 인센티브 전략을 설계했으나, 예상과 달리 TK 지역이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전·충남과의 연계 처리를 전면에 내세워 협상 조건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호남만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여권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판할 경우, TK 행정통합 문제를 단박에 매듭지으며 ‘해결사’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구상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를 통해 힘 있는 여권 자치단체장 이미지를 부각하고, 지방선거 구도에서 유리한 국면을 선점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려면 3월 초까지 행정통합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일정 조정에 따라 3월 중순까지는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데드라인이 점차 다가오면서 TK 행정통합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