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 랩 부산’ 종반전… 놓치기 아까운 전시는 [루프 랩 부산 2026]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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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추미림·김미래·단잠 등 주목
쉬빙·쥐스틴 에마르·천위룽도 존재감
“꼭 봐야 할 전시” 큐레이터 추천 3선

'루프 랩 부산 2026' 전시 중 가장 관객 반응이 좋은 대중적인 전시로 눈길을 끈 해운대플랫폼의 ‘디지털 아트: 공유와 소유 사이’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루프 랩 부산 2026' 전시 중 가장 관객 반응이 좋은 대중적인 전시로 눈길을 끈 해운대플랫폼의 ‘디지털 아트: 공유와 소유 사이’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는 ‘무빙 온 아시아’에 내걸린 김미래 작가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는 ‘무빙 온 아시아’에 내걸린 김미래 작가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전역의 35개 공공·사립 미술관과 대안 공간, 갤러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국제 미디어아트 플랫폼 행사인 제2회 ‘루프 랩 부산 2026’(Loop Lab Busan)이 개막 한 달여를 지나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보다 행사가 널리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루프 랩’이 무엇인지 묻는 이가 적지 않아 갈 길은 남아 있다. 그럼에도 1년 사이 체감할 만큼 인지도가 높아진 점은 분명한 변화다. 부산시립미술관 박효원 학예연구사와 함께 남은 일정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와 전시를 짚어 봤다.


■두 곳 이상 동시 ‘추천’된 작가

전시 기간과 공간, 프로그램이 다양한 만큼 여러 기획이 병렬로 진행되면서 두 곳 이상에서 동시에 추천된 작가들이 눈에 띈다. 한국 작가로는 정혜련, 추미림, 김미래가 있으며, 이 가운데 정혜련과 김미래는 부산 출신이다. 해외 작가로는 중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우즈양(Wu Ziyang), 싱가포르 기반의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대중 연설가인 나이스앤티스(niceaunties)가 포함된다.

‘친애하는 알고리즘: The Emotional Matrix’(베라 몰나르·정혜련 2인전) 전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에서 만난 정혜련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친애하는 알고리즘: The Emotional Matrix’(베라 몰나르·정혜련 2인전) 전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에서 만난 정혜련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정혜련의 작업은 6일까지 어컴퍼니에서 열리는 ‘친애하는 알고리즘: The Emotional Matrix’(베라 몰나르·정혜련 2인전)와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 28일까지 진행되는 ‘마이그레이션’에서 만날 수 있다. 어컴퍼니 전시는 베라 몰나르가 정립한 ‘계산된 미학’을 동시대적 공간 설치로 확장한 인터랙티브 작업이며, ‘마이그레이션’은 실시간 날씨와 지형 데이터를 빛의 움직임으로 변환해 데이터가 물리적 공간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루프 랩 부산' 도모헌 전시에 이어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무빙 온 아시아'에도 참여하는 김미래 작가가 입주 중인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루프 랩 부산' 도모헌 전시에 이어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무빙 온 아시아'에도 참여하는 김미래 작가가 입주 중인 감만창의문화촌에서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김미래의 작품은 도모헌 전시에 이어 현재 부산문화회관 ‘무빙 온 아시아’에서 18일까지 선보인다. ‘까마귀가 깍깍’, ‘관 뚜껑’, ‘군인2’ 등 약 6초 길이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8점이 반복 상영되며, 각각의 채널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고 겹치는 상태를 유지한다. 폭력은 발생 직전에 멈춰 있고, 죽음은 닫힌 구조 안에서 순환한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코뿔소와 유니콘’ 전시에서 선보인 ‘헨젤과 그레텔’ 작품을 설명하는 추미림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코뿔소와 유니콘’ 전시에서 선보인 ‘헨젤과 그레텔’ 작품을 설명하는 추미림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추미림은 해운대플랫폼 ‘디지털 아트: 공유와 소유 사이’(6월 21일까지)와 부산현대미술관 ‘코뿔소와 유니콘’(7월 19일까지)에 선정됐다. 특히 ‘헨젤과 그레텔’은 빵 부스러기를 쿠키와 캐시로 치환해 오늘의 디지털 환경을 은유한다.

해운대플랫폼에서 상영 중인 중국 미디어 아티스트 우즈양(Wu Ziyang)의 ‘파시그 리버 2030-6 플러스’. 김은영 기자 key66@ 해운대플랫폼에서 상영 중인 중국 미디어 아티스트 우즈양(Wu Ziyang)의 ‘파시그 리버 2030-6 플러스’. 김은영 기자 key66@
‘디지털 서브컬처’와 ‘무빙 온 아시아’에서 동시 상영 중인 나이스앤티스의 ‘안트란티스’(Auntlantis). 김은영 기자 key66@ ‘디지털 서브컬처’와 ‘무빙 온 아시아’에서 동시 상영 중인 나이스앤티스의 ‘안트란티스’(Auntlantis). 김은영 기자 key66@

우즈양은 해운대플랫폼과 부산문화회관 ‘무빙 온 아시아’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파시그 리버 2030-6 플러스’를 통해 디지털 구조와 물질 현실, 낙후와 진보 사이의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나이스앤티스는 부산시립미술관 야외 조각정원에서 도모헌으로 이동한 전시 ‘디지털 서브컬처’와 ‘무빙 온 아시아’에서 동시 상영 중인 ‘안트란티스’(Auntlantis)의 ‘이모’(Aunties)라는 인물 군상을 통해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를 배경으로 환경 위기와 신화적 상상력을 결합한다.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 전시 중인 쉬빙의 ‘드래곤플라이 아이즈’. 김은영 기자 key66@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 전시 중인 쉬빙의 ‘드래곤플라이 아이즈’. 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의 쥐스틴 에마르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의 쥐스틴 에마르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작가로는 동일고무벨트에서 정혜련과 함께 전시 중인 쉬빙의 ‘드래곤플라이 아이즈’는 방대한 CCTV 영상을 재구성해 디지털 감시 사회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의 쥐스틴 에마르(6월 28일까지)는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을 결합한 작업으로 미디어아트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페인 작가 4인의 ‘공유된 이야기들’ 중 숙박 퍼포먼스인 ‘어디에서 잘 것인가5 팔라우’(2015)를 선보이고 있는 에우헤니오 암푸디아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스페인 작가 4인의 ‘공유된 이야기들’ 중 숙박 퍼포먼스인 ‘어디에서 잘 것인가5 팔라우’(2015)를 선보이고 있는 에우헤니오 암푸디아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이 전시만큼은 꼭 챙겨 보세요!

박효원 학예사는 ‘무빙 온 아시아’, 영도 스페이스 원지의 ‘공유된 이야기들’(6월 28일까지), 일산수지의 ‘타격’(6월 14일까지)을 추천했다. ‘무빙 온 아시아’는 아시아 각국 작가 20여 명을 현지 큐레이터 추천으로 모은 전시로 신뢰도를 강조했다.

스페인 작가 4인의 ‘공유된 이야기들’은 카사 아시아와 협업해 동시대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며, 마리나 누네스, 크리스티나 루카스, 에우헤니오 암푸디아, 카를로스 카사스가 추천됐다. 이 중 에우헤니오 암푸디아는 일종의 상징적인 문화 유적지에서 펼치는 숙박 퍼포먼스인 ‘어디에서 잘 것인가5 팔라우’(2015)를 통해 규범과 관습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바이오세를 위한 콘서트’(2022)는 2000석이 넘는 바르셀로나 오페라 극장을 오로지 식물로만 채워서 콘서트를 열어 인간 중심의 ‘관객’ 개념을 전환해 자연의 경험을 보여준다.

일산수지의 ‘타격’ 전시 중 단잠 손몽주가 설치한 작품 내부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일산수지의 ‘타격’ 전시 중 단잠 손몽주가 설치한 작품 내부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천위룽 '존재하지 않았던 흔적Ⅱ'(2026). 김은영 기자 key66@ 천위룽 '존재하지 않았던 흔적Ⅱ'(2026). 김은영 기자 key66@

‘타격’은 진동과 표면을 주제로 ‘단잠’, 천위룽, 유키 오쿠무라 등이 참여해 물리적·감각적·기억의 층위를 탐구한다. 부산 출신인 단잠(DANJAM: 손몽주, 이동재, 김문정)은 일산수지 공장 1층에 수직으로 중첩된 원형의 벽을 이루고, 그 안에 당목을 설치해 보이지 않는 경계면을 두드린다. 대만 작가 천위룽은 원초적 파동을 도시적 서사로 확장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수집된 재료 위로 한국과 대만의 도시 사운드스케이프가 LED 빛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루프 랩 부산 2026' 전시 중 가장 관객 반응이 좋은 대중적인 전시로 눈길을 끈 해운대플랫폼의 ‘디지털 아트: 공유와 소유 사이’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루프 랩 부산 2026' 전시 중 가장 관객 반응이 좋은 대중적인 전시로 눈길을 끈 해운대플랫폼의 ‘디지털 아트: 공유와 소유 사이’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하룬 파로키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상영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하룬 파로키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상영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오픈스페이스 배의 첸칭야오 전시 ‘전장의 딸들: 멈추지 않는 전쟁’ 상영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오픈스페이스 배의 첸칭야오 전시 ‘전장의 딸들: 멈추지 않는 전쟁’ 상영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한편 해운대플랫폼 전시는 지난달 28일로 막을 내린 F1963 석천홀에서 열린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 그룹 ‘AES+F’의 개인전과 함께 가장 관객 반응이 좋은 편에 속한다. 또한 미술 전공자들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전시는 하룬 파로키의 주요 작업을 소개하는 디오티미술관의 ‘What Is Seen, What Is Made’(7월 25일까지)이다. 원도심 전시 공간 오픈스페이스 배의 첸칭야오 전시 ‘전장의 딸들: 멈추지 않는 전쟁’도 호평이지만 7일로 끝이 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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