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응답 대신 “재선거” 올라탄 장동혁…혼돈의 국힘
책임론 몰린 장동혁, 7일“전면 재선거” 강경 태세
거취 표명 요구엔 “시위 현장 가보라”며 거부 의사
당권파 ‘돌파구’ 찾기에 선거 이후 ‘쇄신’ 예상 빗나가
10일 차기 원대 당권파 선출되면 당 내홍 깊어질 듯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7일 국회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이후 당내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한 장동혁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다시 강경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7일에는 전국 단위의 전면적인 재선거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당내 문제”라며 답을 피했다. 이번 사태로 재점화된 강성 지지층의 부정선거론에 2030 청년들까지 “참정권 훼손”이라며 가세하자, 당권파가 이를 정치적 돌파구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윤 어게인’ 지도부 교체 등 쇄신의 길을 예상했던 국민의힘이 다시 내홍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흘째 투표용지 부족을 항의하는 시민들과 관련, “전국 곳곳에서 재선거를 외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거리로 나오고 있다”면서 “질서 정연한 시민 저항운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곳은 하고, 어느 곳은 하지 말자고 유불리를 따져 선택적으로 결정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전국 단위의 전면적인 재선거를 요구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을 향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자 한다”며 즉각적인 회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선거와 관련한 당내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 대표가 강경론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양상이다.
앞서 당내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 장 대표의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장 대표 자신이 승부처로 언급한 부산시장에서 패하고, 선거전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충청권에서도 전패했다. 자신과 ‘거리두기’를 한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승리는 장 대표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 스스로도 선거 다음 날 “아쉬운 선거 결과에 송구스럽다”며 패배를 자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당원들과 함께 새 길을 찾겠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는 재선거 요구에 편승한 이후 적극적인 ‘거부’로 바뀌었다. 그는 이날 “(내)거취에 관해 말하는 분들은 다시 한번 올림픽 공원으로 나가볼 것을 권해드린다”면서 “국민과 함께 싸우는 게 맞다면 이 문제를 (당내 문제인)거취와 관련시키는 건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잘랐다. 재선거 관철을 위해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요구가 현실적이지도, 당초 주장한 명분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장 대표 등은 투표용지가 부족한 일부 투표소의 투표 연장에 대해서도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오염된 투표’라고 주장했는데, 선거 결과가 다 나온 상태에서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오염’의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 지도부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실현할 수 없는 약속이라면 솔직히 말해야 한다”며 장 대표의 전면 재선거 주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선원, 최민희 의원은 이날 “투표용지가 문제가 된 지역은 재선거를 실시하자”고 당내 처음으로 부분 재선거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무효소송도 제기하겠다고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법원의 신속한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서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앞서 송언석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후임 선출일을 불과 나흘 뒤인 오는 9일로 잡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당권파가 지원하는 정점식 의원을 속전속결로 뽑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에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도읍, 성일종 의원은 송 전 원내대표에게 선거일 연기를 요청했고, 결국 7일 송 전 원내대표와 후보 세 사람이 면담을 가진 끝에 하루 늦춰 오는 10일 새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키로 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동훈 전 대표의 복당을 둘러싼 내부 기류도 복잡하다. 이번 선거 결과와 맞물려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전 대표 복당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권파에서는 여전히 ‘복당 불가’ 기류가 높은 상황이다. 결국 이 문제 역시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