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잇는 게 유리" 2세들의 이유 있는 유턴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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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계설비건설협회 포럼
80명 중 50명 기업 승계 채비
대기업 다니다 돌아온 사례도
"앞 세대 노하우 'K'시대 소중"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지회는 지난 9일 오후 부산 농심호텔에서 회원사 대표와 승계 예정 자녀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차세대 경영자 포럼을 개최했다. 부산기계건설협회 제공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지회는 지난 9일 오후 부산 농심호텔에서 회원사 대표와 승계 예정 자녀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차세대 경영자 포럼을 개최했다. 부산기계건설협회 제공

부산 기계설비건설업계에서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 후 부모님 회사로 발길을 돌리는 ‘2세 유턴’ 사례가 늘어나는 등 2세들의 가업승계 분위기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계설비업은 건설과 제조의 성격이 함께 있어 현장 기술은 물론 거래처 네트워크의 연속성이 중요한 분야로, 창업주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이어받을 수 있는 2세 승계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다.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힘든, 정교한 손기술이 중요한 영역이면서 동시에 공정 관리에 AI를 접목하면 도약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9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시지회가 개최한 제1회 차세대 경영자 포럼에는 80여 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50명가량이 가업승계를 준비하거나 이미 승계한 2세들이었다. 포럼에 참석한 (주)유경엔지니어링의 김성운 공동대표는 “20대 중반, 30대 초반 젊은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 있어 놀랐다”면서 “저가 경쟁으로 수익성이 많이 떨어져 있고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함께 공부하며 업계 도약을 준비하는 성장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 다니다 가업 승계를 위해 퇴사 후 소방설비 시공업을 하는 아버지 회사로 들어온 경우다.

(주)남경의 이재우 이사는 “부친이 오랫동안 쌓아온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부담감이 크지만 회사 내부의 경험이 많은 임직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조직을 이끌기 위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전공한 박사도 가업승계에 뛰어들었다. 디에이치테크(주)의 황교엽 전무는 경영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다시 한국에서 AI 관련 박사 학위를 받은 경우다. 황 전무의 부친 디에이치테크(주) 황소용 대표는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대기업, 중견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스스로가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면서 “과거에는 3D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앞으로 AI를 접목시키면 업계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이날 차세대 경영자 포럼 초대 회장으로 (주)삼아에코빌의 박민준 대표가 선출되기도 했다.

포럼을 발족시킨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엄세현 부산지회장은 “창업 1세대가 단순 시공에 머물렀다면 교육받은 2세들은 신재생에너지, 지능형빌딩 시스템, 모듈화공법 등 더 큰 비전을 보고 있다. 앞으로 K설비, K손기술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 등으로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세금이 가장 적게 드는 상속이 가업승계이고, 이 같은 현실적 이유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면서 “10여 년 전 어묵업계에서 2세, 3세들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내며 삼진어묵, 고래사어묵 등이 전통 어묵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듯 기계설비업계에서도 2세 경영인들이 가업승계에 나서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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