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승강 PO’ 다시 만난 두 팀, ‘PK 2골’ 부산이 먼저 웃었다
부산, 전반 42분 선제골 허용
후반 라마스 페널티킥 1-1 균형
수원FC 이승우 '경고 누적' 퇴장
추가시간 두 번째 페널티킥 성공
K리그 승강 운명이 걸린 ‘외나무 다리 혈투’에서 8년 만에 다시 만난 두 팀. 부산 아이파크가 역전승을 거두며 먼저 웃었다.
부산은 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수원FC와 맞대결에서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넣으며 2-1로 이겼다.
승강 PO 기선 제압을 위해선 1차전 승리가 중요한 만큼 두 팀 감독은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산 박진섭 감독은 “상대가 공격이 강한 팀인데, 저희가 수비가 강하다고 수비만 할 건 아니다. 같이 어느 정도 공격을 해보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원FC 김도균 감독도 “1차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정 경기지만 이기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득점하기 위해서 포메이션도 좀 공격적으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은 부상이 있는 페신을 출전 명단에서 빼고 라마스·박동진·성호영으로 스리톱을 구성했다. 정원진·임민혁·강상윤·최준이 중원에 포진했다. 박세진·이한도·조위제가 후방을 지키고, 구상민이 골문을 책임졌다.
수원FC는 바우테르손과 김현·이광혁을 전방에 배치하고 김도윤·김선민·이영재를 2선에 놓았다. 박철우와 우고 고메스, 잭슨과 정동호가 포백 라인을 형성하고 노동건 골키퍼가 선발 출전했다. 팀 내 최다 득점인 이승우(10골)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부산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을 전개하며 수원FC의 헐거운 수비를 파고들었다. 수원FC는 올 시즌 1부리그 38경기에서 76골을 허용한 K리그1 최다실점 팀이다.
전반 5분 부산 정원진이 왼쪽 페널티 지역 인근에서 골대 오른쪽 구석을 노리고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간발의 차로 빗나갔다. 5분 뒤에는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박세진의 슛이 골대 왼쪽을 살짝 벗어났고, 전반 20분 정원진의 발리슛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33분에는 라마스의 왼발 슛이 빗맞으며 키퍼에게 걸렸다. 전반 39분 부산 성호영의 왼발 슛도 같은 팀 선수에게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를 외면했다.
전반 내내 경기를 주도하던 부산은 교체 투입된 수원FC 장재웅에게 전반 42분 K리그 데뷔골이자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중거리 왼발 슛이 키퍼 손을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슈팅 8-5, 유효슈팅 3-2, 점유율 53%-47% 등 전체적으로 부산이 앞선 전반이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부산은 베테랑 이승기가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수원FC는 이승우와 로페즈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1분 만에 부산 라마스가 왼발로 감아찬 중거리슛이 골대를 살짝 빗겨갔다. 이후 이렇다 할 골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부산은 후반 16분 코너킥 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문전에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수비에 걸렸다. 곧이어 부산 구상민 골키퍼가 수원FC 로페즈의 1 대 1 찬스를 막아내며 일진일퇴 공방이 이어졌다.
부산은 김찬과 어정원을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22분 이승우의 왼발슛이 골대를 살짝 맞고 빗나가며 부산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28분엔 부산의 코너킥 상황에서 키퍼가 골대를 비우고 나왔지만 이한도의 헤딩슛이 골문을 외면했다.
수원FC는 잠그기 모드에 들어갔다. 후반 32분 라마스의 왼발 중거리슛이 또 한 번 골대를 빗나갔다. 2분 뒤 부산에 결정적인 동점 기회가 찾아왔다. 이승기가 문전 침투 과정에서 수비에 걸려 넘어지며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라마스가 왼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이승우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경기 흐름이 급격히 바뀌었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부산은 남은 시간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 1분을 남기고 또 한 번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부산 김정환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수비수에 걸려 넘어지며 두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라마스가 또 한 번 침착하게 왼발로 성공시키며 부산이 2-1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승강 PO는 부산 입장에선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원수’와의 대결이다. 두 팀은 8년 전인 2015년에도 승강 PO에서 만났다. 당시에는 부산이 K리그1 11위, 수원FC가 K리그2 2위 자격으로, 지금과는 정반대 위치였다. 부산은 수원FC 원정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홈에서도 0-2로 경기를 내주며 합계 스코어 0-3으로 창단 이후 처음이자 기업구단 최초 2부리그 강등이란 수모를 맛봤다.
이날 PO 1차전에서 부산이 승리를 거두며 일단 8년 전 아픔을 설욕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부산은 오는 9일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만 거두면 ‘4년 만의 1부 복귀’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K리그 승강 PO는 1·2부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승격·강등 여부를 가린다. 지난해부터 원정 다득점 원칙이 폐지돼 1·2차전 합계 점수가 같으면 연장전에 돌입한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로 운명을 결정한다.
부산은 앞서 4차례 승강 PO 1차전에서 1무 3패로 한 차례도 승리가 없었다. 이날 승리로 징크스도 깼다.
한편, K리그1 10위 강원FC와 K리그2 3위 김포FC가 맞붙은 또 다른 승강 PO 경기에서는 두 팀이 0-0으로 비겼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