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당할래, 당당해질래" 與의원들이 받은 ‘문자 폭탄’…방심위 "삭제하라"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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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5일 만들어 배포한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행동' 사이트. 화면을 밑으로 내리면 여당 소속 의원 108명의 명단이 모두 나오고, 이름을 누르면 설정된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도록 연결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5일 만들어 배포한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행동' 사이트. 화면을 밑으로 내리면 여당 소속 의원 108명의 명단이 모두 나오고, 이름을 누르면 설정된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도록 연결된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찬성 투표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만든 인터넷 페이지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행동'을 통해 발신된 것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링크를 삭제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의원들의 번호가 무단으로 사용돼 업무 차질과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생긴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은 비밀투표로 이뤄진다"며 "의원 개인이 자유로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충분하다"고 삭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자행동 사이트는 민주노총이 이날 오전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려 만들었다. 접속하면 비례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모두의 명단이 보이고, 의원의 이름을 누르면 곧바로 정해진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의원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메시지는 "민심을 외면하고 윤석열과 함께 탄핵 당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탄핵소추안에 찬성해 역사 앞에 당당해지시겠습니까. 의원님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설정돼 있다.

해당 문자를 받은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제가 며칠 전화를 받지 못하더라도 양해 바란다"는 글과 함께 1만 개 넘는 문자메시지가 와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국민의힘 출신인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피해를 호소했다. 이 의원은 "문자 폭탄이 갑자기 날아드는데 개혁신당 소속 의원 전원은 이미 윤석열 탄핵안 발의에 동의하고 도장 찍었다"면서 "도대체 누가 허위 사실로 선동했는지 한심하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이 쏟아지자 언론 공지를 통해 "현재 개인정보인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단 사용해 조직적·집단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과 업무 방해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선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방심위의 사이트 링크 삭제 의결에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자협회보에 "2020년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논의할 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이번에 유독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국회의원은 공인이고 국민이 자기 요구를 보낼 수 있는데 방심위가 삭제를 논의할 범위가 아니"라며 "더욱이 이번 사태는 군인을 보내 국회를 장악하려 한 내란 범죄로 매우 중대한데 '입틀막'(입을 틀어 막는다)을 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에게서 받은 명함으로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전화번호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도 아니"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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