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평양 북미 회담 급부상…트럼프·김정은 대화 시동거나
볼턴 전 보좌관 “트럼프, 평양 방문할 것”
홍보용 사진 필요하기 때문이라 지적
백악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것”
협상 위해 비핵화 논의 배제 가능성
2019년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백악관이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송환 등 북·미 협력 방안을 미 국방부 산하 기관에 문의한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국가정보원도 북·미 정상회담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아직 북·미 간 정상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접촉이나 일정 조율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실무 검토에 들어간 정황이 드러나면서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1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 재개 준비 여부를 묻는 한국 언론의 질의에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 김정은과 한반도를 안정시키는 세 차례 역사적인 회담을 했다”고도 했다.
앞서 켈리 매키그 미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국장은 지난달 31일 전미북한위원회(NCNK) 화상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합의에 이를 경우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DPAA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백악관으로부터 질문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보유한 미군 유해를 인도받는 방안과 2005년 이후 중단된 북한 내 공동 유해 발굴을 재개하는 방안 등을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단순한 정책 검토를 넘어 정상회담 이후 실행할 수 있는 협력 의제를 미리 점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군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북·미 정상외교에서 이미 합의가 이뤄졌던 사안이다.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군 유해로 추정되는 유해가 담긴 상자 55개를 미국에 인도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추가 발굴 논의는 중단됐다. 이번 백악관의 검토가 과거 북·미 협력 의제를 다시 가동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정보당국의 판단도 주목된다. 국정원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어느 때라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보고했다. 북·미 간 구체적인 접촉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화 징후는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상회담 일정이 이미 조율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북·미 관계에서 대화 재개 가능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6·25전쟁 종식을 위한 당사국 간 논의와 관련해서는 국정원 차원의 대화 접촉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적 환경 역시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으며,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등 파격적인 정상외교를 펼쳤다. 정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는 점에서다.
볼턴 전 보좌관은 1일 한미연구소(ICAS) 화상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평양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고, 판문점에서 북한 땅을 밟은 만큼 “남은 단계는 하나뿐”이라며 “트럼프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원하는 이유로 정상회담 자체가 가져올 정치적·상징적 효과를 꼽았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이었다. 북한이 이미 핵무력을 핵심 안보자산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미국이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불확실한 반면,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얻을지 치밀하게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