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못 오르는 오타니, 4연속 MVP 적신호
이달 중 마운드 복귀 어려워
투수 공백 두 달 넘게 이어져
크로-암스트롱 공수주 맹활약
MVP 경쟁서 오타니 맹추격
4년 연속 MVP를 노리는 오타니가 부상 여파로 MVP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디트로이트전에서 타격 후 벤치로 돌아온 오타니. AFP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4년 연속 MVP에 도전하는 오타니 쇼헤이(로스엔젤레스 다저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투타 겸업이라는 독보적인 무기를 전대미문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지만 ‘투타니’(투수 오타니)는 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첫 MVP를 노리는 신예 크로-암스트롱(24·시카코 컵스)은 한 경기 3개의 홈런포를 가동하며 기세를 올렸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30일(한국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방문 경기 이후 다음 날 선발 투수 관련 질문에 “오타니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며 “솔직히 말하면 시즌 종료 때까지 100% 상태로 회복하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등판한 뒤 왼쪽 무릎 통증을 느꼈다. 회복이 느리게 진행되면서 두 달 가까이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타자로만 출전해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타자를 세워두고 하는 투구 훈련인 라이브 피칭 훈련을 한 오타니는 31일 디트로이트전 복귀를 예고했다. 하지만 복귀 시일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오타니의 부상 전까지 오타니의 4연속 MVP 수성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타석에서의 모습은 예년에 비해 아쉬웠지만 마운드에서의 모습은 ‘사이영상급’이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올 시즌 14경기 투수로 나와 85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며 8승 2패 평균자책점 1.79, 탈삼진 95개를 기록했다. 타석에서는 129경기에서 타율 0.283, 137안타, 3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21을 기록 중이다.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50홈런을 달성한 페이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투수 오타니의 모습이 더해지며 MVP 레이스도 순항중이었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모두 4차례 MVP 시즌을 보냈다.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과 2023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고, 2024년 다저스로 FA 이적한 이후로는 내셔널리그 MVP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오타니가 주춤한 사이 시카고 컵스의 신예 암스트롱이 도전장을 냈다. 암스트롱은 공격, 수비, 주루 삼박자를 고루 갖춘 중견수다.
올해 공격에서 일취월장했는데 올 시즌 136경기에서 타율 0.282, 36홈런, 89타점, 32도루를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지난 6월 1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하기도 했다. 30일 신시내티전에서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3개를 포함해 6타수 4안타 6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이날 3홈런으로 올 시즌 한 경기 10루타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5경기로 늘었다. 이는 2019년 넬슨 크루스(6회)에 이어 MLB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30일 신시내티전에서 한 경기 3개의 홈런포를 가동한 암스트롱. AFP 연합뉴스
암스트롱은 올 시즌 타격뿐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fWAR)는 MLB 전체 1위인 9.1에 이른다. 오타니를(6.9)를 크게 앞선다.
MLB닷컴은 “암스트롱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최근 오타니가 부상으로 투수로 등판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암스트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난 26일 MLB가 공개한 올 시즌 5번째 MVP 모의 투표에서도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시즌 중 진행된 지난 4번의 모의 투표에서 항상 1위는 오타니였다.
지난 29일 1번 타자로 나서 선두 타자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돌아오고 있는 암스트롱. AFP 연합뉴스
다만 오타니의 MVP 레이스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음 달 초 마운드에 복귀한 후 호투를 펼치면 오타니의 평가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3연패에 도전 중이고 선발 투수진이 탄탄한 만큼 오타니의 마운드 등판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점도 변수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의 투수 복귀에 대해 “오타니와 팀 모두에 가장 좋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