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짧은 홋줄 왜 썼나, 예인선 ‘미스터리’
부산 전복 사고 중요 원인 지목
다른 배 절반인 100m 길이 사용
변침 때 선체 갑자기 기울어져
예인선 전복 당시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중 일부. 부산해양경찰서 제공
부산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티엔에스캐처호 전복 사고(부산일보 9월 2일 자 1면 등 보도)의 주요 원인으로 다른 예인선보다 짧았던 홋줄(예인줄)이 지목된다. 사고 당시 티엔에스캐처호의 홋줄은 함께 컨테이너선을 끌던 다른 선수 예인선보다 절반가량 짧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티엔에스캐처호의 변침(방향 전환) 과정에서 홋줄에 장력이 순식간에 집중되면서 선체가 갑작스럽게 기울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 직전 6만 6332t급 컨테이너선 선수에서 예인 작업을 하던 티엔에스캐처호의 홋줄 길이는 약 100m, 함께 끌던 다른 예인선의 홋줄은 200m 안팎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침을 시도하면 길이가 짧은 홋줄이 먼저 팽팽해지면서 피예인선(컨테이너선)의 힘이 예인선에 빠르게 전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인선 2척이 나란히 선박을 끌 때는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홋줄 길이에 일부 차이를 두는 경우도 있다. 모든 선박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두 예인선이 함께 힘을 낼 수 있지만 방향을 바꿀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한쪽 예인선에 먼저 장력이 가해지면 예인선이 줄을 추가로 풀거나 선박을 움직여 힘을 분산할 시간이 줄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통상 티엔에스캐처호처럼 외항에서 선박을 끄는 원양 예인선은 안전한 항해를 위해 200m 이상의 긴 예인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인줄이 충분히 길면 물에 잠긴 일부 구간이 완충 역할을 하면서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충격과 장력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심판관을 지낸 한 전직 해수부 간부는 “홋줄을 200m 이상으로 길게 늘어뜨리면 줄의 중간 부분이 자연스럽게 바닷물 속으로 잠기게 된다”며 “줄의 중간 부분이 물에 잠겨 있으면 양쪽 선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줄을 타고 반대편 선박이나 줄 전체로 전파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번 데드십(메인 엔진 고장) 컨테이너선을 예인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간 호흡이 맞지 않았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인에 함께 투입된 선박 관계자는 작업 전 방향과 예인선 위치 등을 구두로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작업 중에도 VHF 선박 무전 채널을 맞춰 실시간으로 소통해 예인선끼리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예인선의 운행 경험 부족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고 예인선 선사인 티엔에스 측은 티엔에스캐처호가 데드십 예인 작업에도 자주 투입됐다고 밝혔다. 올해만 총 8차례 데드십 예인 작업에 나섰고 모든 선원이 경력 10년 이상인 베테랑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홋줄 길이와 더불어 변침 당시 컨테이너선과 예인선의 속력 차이, 두 선박 위치와 각도 차이 등이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이 겹치며 티엔에스캐처호가 받는 힘의 크기가 커졌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부산해양경찰서는 두 예인선의 홋줄 길이 차이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홋줄 길이와 관련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 자세한 사고 경위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예인선 티엔에스캐처호 침몰 사고 5일째인 6일 오전 사고 해역에서 해군 함정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고 해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사고로 선원 8명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구조됐으며, 나머지 선원 6명은 실종된 상태다. 정종회 기자 jjh@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