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근절안됐나…공공공사 설계공모, 불공정행위 여전
사전접촉이나 인맥 활용 공모 참여 주장
일부 심사위원과 업체간 반복 당선 패턴
설문조사에서 참여자 94% 불공정 느껴
공공청사와 학교, 체육관 등 공공공사 설계공모를 둘러싸고 심사위원 사전접촉 등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공공청사와 학교, 체육관 등 공공공사 설계공모를 둘러싸고 심사위원 사전접촉 등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업계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심사위원이 참여한 공모에서 특정 업체가 반복적으로 당선되는 패턴도 확인됐다. 제도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건축설계업계에서는 심사위원과의 사전접촉이나 인맥을 활용한 공모 참여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 건축설계업계 오픈채팅방에서도 심사위원을 상대로 한 로비가 업계에 존재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업계 관계자들은 심사위원을 따로 접촉해 공모안을 설명하거나 심사위원과 인연이 있는 건축사와 공동으로 공모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동원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비의 5∼10%를 부정 청탁을 위한 영업비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학교수 등 설계공모 심사위원으로 자주 위촉되는 인사들이 주요 청탁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화 참여자의 신원이나 실제 금품 수수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는 일부 심사위원과 업체 간 반복 당선 패턴이 나타났다.
공공건축 시민행동이 건축행정시스템(EAIS)에 공개된 2020∼2025년 설계공모 4463건을 분석한 결과, 특정 심사위원과 업체가 4차례 이상 같은 공모에서 만났고 해당 업체가 3차례 이상 당선된 조합은 282쌍이었다.
반복 당선만으로 해당 심사위원과 업체 사이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정황상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설계공모의 공정성에 대한 업계의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다.
대한건축사협회가 2024년 2월 정회원 116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설계공모 참여자의 93.9%가 불공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심사위원과의 사전접촉 및 금품 제공, 심사위원의 전문성 부족, 특정 학교·지역에 편중된 심사위원 구성 등이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원 명단을 보고 로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아예 공모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사전접촉은 심사위원이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서울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 공모 참여자가 심사를 앞두고 심사위원에게 연락해 만남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참여자가 속한 업체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당사자도 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해당 인사는 이후 다른 공공건축 설계공모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으며, 다른 공모의 심사위원 또는 예비심사위원 명단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제도 보완에 나섰다. 올해 7월부터 사전접촉의 정의와 신고 의무·절차, 제재 근거 등을 명확히 한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건축서비스정보체계(건축허브)를 통해 심사위원 위촉 횟수와 사전접촉 신고·조치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