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한참 뒤에라도 닿을 어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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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 천국’

“저 필름들을 전부 선물로 줄게. 대신 여기 들어오면 안 돼. 필름은 내가 보관하고 있을 테니까.”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신부의 검열로 잘려 나간 필름을 탐내는 어린 토토에게 건네는 말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토토는 영사실 문턱을 자꾸 넘어오려 하고, 그런 토토에게 화재에 취약한 영사실만은 들어와선 안 된다며 돌려세우는 둘 사이의 협정이다.

시간이 흘러 토토가 청년이 되자 알프레도는 더 큰 곳에서 살라며 그를 로마로 떠민다. 한동안 고향에 돌아오지도, 편지를 쓰지도 말라는 알프레도의 말대로 토토는 고향을 뒤로하고 로마에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한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에도, 성공을 거둔 뒤에도 토토는 돌아오지 않는다.

30여 년이 흐르고 끝내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알프레도의 부고이다. 돌아온 고향 땅에서 한때는 토토에게 전부였던 극장 ‘시네마 천국’은 이제 TV와 비디오에 밀려 문을 닫은 지 오래고, 헐릴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장례가 끝나고 알프레도가 유품으로 남긴 필름 한 통을 받은 토토는 자신의 시사실로 돌아와 홀로 그 필름을 돌려 본다. 오래전 잘려 나간 키스 장면 조각조각이 잇달아 스크린에 흐르고, 토토의 얼굴에는 미소와 눈물이 교차한다.

검열로 한데 모인 키스 장면들은 알프레도의 손을 거쳐 토토를 위한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 스크린 속 사람들은 저마다의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 장면들을 이어 붙인 알프레도의 마음도 토토를 향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토토를 위해 남겨둔 이 필름은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작별 인사처럼 느껴진다. 내가 이 영화를 오래도록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를 달래는 말처럼 들렸던 초반부 한마디가 마지막에 이르러 사랑을 담은 약속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이 장면 앞에서는 관객인 나도 토토 옆자리에 앉아 함께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

어떤 마음은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닿곤 한다. 내가 지금 받고 있는 것들도 누군가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일지 모른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뜻을 알게 된 말이나, 뒤늦게 고마워지는 다정함처럼, 나도 그런 마음을 남길 수 있을까. 알프레도가 필름 조각을 이어 붙였듯,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과 마음을 조금씩 모아 두고 싶다. 한참 뒤에라도 닿을 누군가를 위해. 설재원 월간 〈쿨투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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