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페이스 배, ‘로컬 투 로컬’전 개막…새 레지던시 시스템 첫 시도
개관 20년, 올봄 서상호 대표 체제로 재출범
대만 ‘미래사’·인니 작가 참여…30일까지 전시
부산·광주 잇고 아시아 지역공간 연대 확장
‘활동과 과정’ 중심 ‘포스트 레지던시’ 지향
지난 12일 부산 중구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린 새 전시 오프닝을 끝내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대만 작가들과 주한국타이페이대표부 부산사무처 곽승개(왼쪽에서 두 번째) 처장, 서상호(맨 오른쪽 끝)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 오프닝과 포럼 행사를 마친 후 골목에서 남산놀이마당이 길놀이 공연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개관 20년을 맞은 부산 원도심의 비영리 대안예술 공간 오픈스페이스 배가 레지던시 시스템의 전환을 선언했다. 2006년 기장 배밭에서 출발해 세 차례의 이전을 거친 공간은 올봄 서상호 대표 체제로 재출범하며, 단순한 작품 생산을 넘어 ‘활동’과 ‘과정’에 방점을 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다. 지난 12일 시작된 전시 ‘2026 오픈스페이스 배 에어. 로컬 투 로컬: 지역으로부터의 정치’는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참여하며, 고착화된 전통적 레지던시를 넘어 상호 개입과 공유 자산화를 지향한다.
린셴전 작가 작품으로 맛을 시각화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대만의 아트그룹 ‘미래사’ 회장을 맡고 있는 쩡융닝이 본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작품은 한국의 식재료를 종이 위에 볼펜으로 표현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되며,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에서는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만의 아트그룹 ‘미래사’ 멤버 7명의 전시와 인도네시아 ‘루앙 메스 56’ 소속 작가 2명(아리에프 부디만, 비모 암발라 바양)의 미디어 스크리닝으로 마련된다.
미래사는 타이베이 예술대학교 선후배로 구성된 그룹으로, 회화와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만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 다원화된 사회에서 느끼는 바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2018년 관두미술관의 ‘미래극장’전을 비롯해 10여 년간 대만 내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다. 미래사 멤버 중 쩡융닝 회장을 비롯한 린셴전, 황완링 등 일행은 8월 말 부산을 방문해 15일간 부산과 광주의 공간, 두 비엔날레를 둘러보고 작가들과 만났다. 2부에서는 대만, 광주, 인도네시아 3개 공간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루앙 메스56’도 처음에는 주로 실험적인 성격의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전시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발전해 현재는 레지던시, 워크숍, 출판, 그리고 ‘에이전시 56’이라는 비즈니스 부문까지 운영하고 있다.
황완링, 린셴전, 쩡융닝(왼쪽부터) 등 대만 작가들을 소개하는 오픈스페이스 배 서상호(맨 오른쪽) 대표. 김은영 기자 key66@
인도네시아 작가들을 소개하는 오픈스페이스 배 서상호 대표. 김은영 기자 key66@
이 프로젝트는 한국, 대만, 중국, 홍콩, 마카오, 일본 등 아시아 도시들의 공간과 연결되는 작업이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속적인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배는 개관 후 초기 10여 년간 공간 중심의 창작 레지던시를 운영해 왔다면, 원도심 이전 후에는 단순한 작품 생산에서 벗어나 정주형 공간이 주는 물리적 안정성을 탈피했다. 대신 기존에 구축해 온 레지던스의 비물리적 형식론을 계승해 '활동'과 '과정'에 방점을 둔 비물리적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기획자와 작가가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언어와 도시’, ‘감각과 실천’이 교차하는 지점을 레지던시라는 방법론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작가의 작업적 성취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의 궤적을 나누는 '공동의 장'을 형성함으로써, 고착화된 전통적 레지던시를 넘어 상호 개입과 공유 자산화를 지향하는 ‘포스트 레지던시’(Post-residency) 형 공동 작업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
광주에서 온 뽕뽕브릿지 최윤미 대표. 김은영 기자 key66@
오픈스페이스 배 서상호 대표는 “원도심으로 옮겨서 새로이 레지던시 방식을 찾아보는 자리”라며, “한국 부산 작가들이 대만으로 가서 경험하기도 하고, 대만의 많은 예술가가 한국이나 부산에 와서 전시에 참여하고 레지던시를 했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아시아 주요 도시로 이어지는 직항 노선이 지역 간 교류를 가능하게 한 조건 중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광주를 통해 연대한 인도네시아 미디어 콜렉티브 그룹 ‘루앙 메스 56’과의 협업을 언급하며 “내년에는 광주(뽕뽕브릿지) 대표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가서 좀 더 확산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의 젊은 예술공간들과도 일회성 교류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시 축하를 위해 참석한 주한국타이페이대표부 부산사무처 곽승개 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 축하를 위해 참석한 주한국타이페이대표부 부산사무처 곽승개 처장은 “대만 가오슝은 부산 최초의 자매도시로, 올해는 양 도시가 60년의 우호 관계를 맺어왔으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부산 방문 전체 외국인 중 국가별 방문객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교류가 활발하다”고 강조했다. 곽 처장은 “예술은 국경 없는 마음의 대화이자 인간 공통의 언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과 대만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하며, 양국이 AI·반도체 강국인 만큼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힘이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전시 관람은 화~토요일 낮 12시~오후 7시(매주 일·월요일과 공휴일 휴무).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