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잔과 밥상… 가장 사적인 무대에서 묻는 ‘관계’의 본질
하야로비무용단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
23일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서 정기 공연
가족이란 거울로 비춰낸 ‘다름’과 ‘공존’ 다뤄
영국서 오랜 생활 송윤경 안무가 협업 ‘주목’
하야로비무용단이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2026년 정기 공연 신작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를 선보인다. 사진은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하야로비무용단의 2026년 정기 공연 신작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깨진 유리잔과 밥상, 가장 사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관계’의 본질을 묻는 무용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부산 현대무용의 전통을 지켜온 하야로비무용단이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2026년 정기 공연 신작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를 선보인다.
이번 정기 공연은 영국에서 17년간 무용을 공부하고 활동하다 2018년 귀국한 송윤경 숨컴퍼니 대표가 안무를 맡았다. 송 대표는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야스민 바르디몽 댄스 컴퍼니에서 9년간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과 부산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현대무용 기반의 춤극으로 펼쳐지는 이번 작품은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라는 연출적 시선 아래, 가족 내 존재하는 위계와 권력, 갈등과 오해, 그리고 이를 견뎌내는 관계의 본질을 신체의 언어로 파헤친다.
하야로비무용단의 2026년 정기 공연 신작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하야로비무용단의 2026년 정기 공연 신작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하야로비무용단의 2026년 정기 공연 신작 ‘다름이라는 거울 앞에서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작품에는 상징적인 오브제들이 등장해 서사를 이끌어간다. 쉽게 금이 가고 깨지는 ‘유리잔’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취약한 가족 관계를 상징한다. 깨진 유리잔을 붙여도 완벽히 원상 복구되지는 않지만, 그 금이 간 자국이 이전과 다른 빛을 만들어내듯 완벽한 화해나 동일함 없이도 서로를 견디며 함께 존재하는 ‘톨레랑스’(수용과 이해)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또한 무대 위 ‘밥상’은 차별과 위계가 드러나는 장소이자 동시에 존중과 배려가 실천되는 역설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유리잔을 지키려는 존재와 깨진 유리잔을 붙이려는 존재,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친다.
송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3년 전부터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창작의 무게와 고독을 직시하는 성찰의 시간이자, 홀로 감당하던 외로움마저 즐길 수 있게 된 여정”이라고 전했다. 혼자만의 사유에서 시작된 질문은 드라마투르기 나연우, 미디어아티스트 정진경, 그리고 서로 다른 움직임을 가진 무용수들과 만나며 관계와 공동체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됐다.
정기정 하야로비무용단 대표·예술감독은 “올해는 초대 안무가와의 만남을 통해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시도했다”며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단체의 역량과 새로운 창작 언어가 만나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985년 1월 창단한 이후 부산을 기반으로 순수예술의 저변을 넓혀온 하야로비무용단은 정기 공연을 비롯해 소극장 기획 공연, 장애인을 위한 공연, 초청 공연, 해외 공연, 거리춤, 예술문화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 공연에는 무용수로 김근영, 박소희, 박은지, 방영미, 이용진, 하이경, 홍순연이 출연한다. 공연 관람료는 전석 2만 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