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정신건강에도 악영향…"그래도 운동은 일부 질환에 이점"
국립보건연구원, 5년간 연구 지원 성과집
호흡기·요로결석·불안장애·태아에도 영향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가 건강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최신 연구 성과를 묶어 소개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예방법 등 연구를 기획 또는 지원한 성과집을 발간한다고 15일 밝혔다.
성과집에 소개된 57편의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노출은 호흡기뿐 아니라 신체 다양한 기관과 정신건강,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진이 2000~2011년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입원과 미세먼지(PM10)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 PM10이 10㎍/㎥ 증가할 때마다 COPD 환자 입원이 2.7% 증가했고, COPD로 인한 사망 또한 1.1% 증가했다.
가천대 정재훈 교수 등의 논문에 따르면 국내 8대 도시 요로결석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요로결석 발생률도 높았다.
같은 대학 강승걸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주요 정신과 질환으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 7만 9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수록 불안장애로 인한 응급실 방문 위험이 각각 약 1.7배와 2.2배 높아졌다.
또, 임신 중기에 해당하는 임신 14~26주 산모가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면 태아가 출생할 때 체중이 감소할 위험이 1.28배 증가하고, 여아의 경우 출생 후 5년까지 성장 저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이세원 교수 등의 연구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매일 실천한 COPD 환자는 질환의 급성 악화 위험이 감소하고 삶의 질 지표 점수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40대 이상과 58세 이상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운동을 하는 게 일부 질환에 이점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40세 이상 일반인 18만여 명의 건강검진 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연평균 55.13㎍/㎥ 이상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주 5회 이상 하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보다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각각 38%, 47%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8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주 5회 이상 중강도 신체활동을 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노출된 미세먼지 수준과 관계없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결과는 건강검진 기록 등 자료 분석이라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고, 호흡기 질환 등에 미치는 영향은 함께 분석되지 않은 것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올해부터는 '미세먼지 대응 질환 예방 관리연구'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