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거 과열·교육감 무관심·북갑 블랙홀...사라진 ‘지역’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후보자들이 막판 총력전에 들어간 가운데 한 시민이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로 도로변에 붙은 선거벽보를 보며 길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2일 막을 내리는 가운데 이번 부산 선거판에는 정작 ‘지역’ 의제와 정책 경쟁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장 선거는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 공방과 고소·고발전이 부각됐고,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사법리스크와 유권자 무관심 속에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전국적 관심이 쏠린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지역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부산의 미래와 주민 삶을 둘러싼 정책 경쟁은 선거 막판까지 힘을 얻지 못하고 실종됐다는 평가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각각 ‘해양수도’와 ‘세계도시’를 내세우며 선거 초반 정책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부산시장 선거는 지난달 12일 첫 TV 토론회부터 공방이 격화했다. 전 후보와 박 후보는 공개 일정과 토론회마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의혹 제기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 후보 측은 박 후보 배우자가 운영하는 조현화랑 관련 특혜 의혹과 엑스포 기업 후원금 등을 둘러싼 문제를 부각했다. 박 후보 측은 전 후보의 까르띠에 시계 수수 의혹과 보좌진 갑질 등을 정조준하며 맹공에 나섰다. 양측은 본투표 전날까지도 ‘흑색 선전’과 ‘선거 개입’ 공방을 이어갔다.
이에 정작 부산의 향후 4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경쟁은 힘을 얻지 못했다. 행정통합, 북항 재개발과 산업 대전환, 원도심 쇠퇴, 인구 감소 같은 구조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산·경남 행정통합과 지방분권, 주민자치 등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지역 생존 전략과 직결된 문제로 평가된다.
반면 부산시교육감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재선거와 같은 인물 구도 속에 후보 모두 사법리스크 논란을 안고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 피로감과 냉소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권과 학생 인권 보호, AI 교육과 학령인구 감소, 지역 간 교육 격차, 돌봄 문제 등 교육 현장의 변화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지만, 선거는 정책 경쟁보다 ‘정치 편향’과 같은 논쟁만 이어졌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역시 공교육 강화와 미래 교육 확대 등 큰 방향성에서는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교육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경쟁보다 정치적 진영 구도와 상대 후보 검증에만 시선이 쏠리면서 시민 관심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 가치이지만 선거는 사실상 정당정치와 가까운 행태를 보인 것이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이번 선거 블랙홀이 되면서 부산시장과 기초단체장 선거 관심을 모두 빨아들였다. 이재명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승리할지,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승리해 그가 강조하는 보수 재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가 정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지에 대해 전국의 시선이 주목됐다. 사실상 북갑 보선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선거는 지역 현안보다 중앙 정치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다.
특히 북갑 보선 결과가 향후 보수 진영 재편과 정치 지형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중앙당과 정치권의 화력도 집중됐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앙당 인사들은 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총출동하면서 북구는 보수 갈등의 중심지가 됐다. 여기에 본투표가 다가올수록 상대 후보를 향한 의혹 제기와 공방만 뜨거워졌다. 정작 시민 삶과 맞닿은 지역 정책 논의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면서도 정작 지역의 이야기는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체적인 민생 현안이나 지역의 주요 현안문제 정책 이슈보다 중앙 정치 중심의 정당 간 대리전과 네거티브 공방이 전면에 부각됐다. 지나친 정치적 공방으로 인해 '정책 없는 선거'가 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투표 이후에도 시민사회와 지역 언론계 등이 함께 부산이 직면한 최대 위기인 ‘지역소멸’, ‘인구유출’, ‘일자리 문제’ 등 현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노력과 당선자 주요 공약 검증 역시 날카롭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