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천 동천으로] 오수 유입 막고 오니 걷어낸 ‘감조하천’ 도시 명소로
④ 일본 무라사키강의 기적
한때 공장 폐수·생활 하수로 ‘쓰레기강’
1963년부터 강 청소·하수도 정비 진행
수질 차츰 나아져 낚시 대회 개최할 정도
1990년 홍수 예방·수변 도시 조성 착수
강폭 넓히고·준설 작업 병행 수량 늘려
강변에 문화시설 조성 경제 효과도 톡톡
8일 오후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무라사키강 친수광장에서 아이들이 연못에 발을 담근 채 놀고 있다. 무라사키강 하류 2km 구간에는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리가 10개 설치돼 있다.
지난 8일 오후 무라사키강 하류의 오가이바시를 걷고 있는 행인들.
“어린 시절엔 이곳을 ‘쓰레기강’이라고 불렀다. 너무 더러워서 접근조차 꺼려지는 장소였다.” 8일 오후 4시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무라사키강변의 가쓰야마공원 대잔디광장에서 자전거를 끌던 스즈키(85) 씨는 무라사키강의 과거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학창 시절을 제외하고 평생 기타큐슈에서 살았다는 그는 “지금은 아주 깨끗해 산책도 자주 온다”며 “강이 정비된 이후 일대 유동 인구도 늘었고, 전반적인 도시 경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스즈키 씨 말고도 가쓰야마공원을 비롯한 강변 곳곳에서는 강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민들은 강과 잔디, 나무가 어우러진 수변 공간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자전거를 탄 시민과 뛰어노는 아이들이 오갔다. 강을 향해 조성된 계단식 스탠드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청년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강물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색도 양호했다.
무라사키강 하류는 이즈쓰야 백화점, 단가시장, 우오마치 상점가가 자리한 상업 지구와 기타큐슈시청, 고쿠라키타구청이 들어선 행정·업무 지구 사이를 흐른다. 부산의 동천처럼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감조하천(밀물과 썰물에 영향을 받는 하천)으로, 두 구역은 강을 경계로 나뉜다.
하지만 강은 두 공간을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잇는 통로로 작동하고 있었다. 2km 남짓한 구간에 다리만 10개가 놓여 있어 시민과 관광객들이 강 건너편으로 오가기 쉬웠다. 큰 차도가 지나가 지상에 보행로가 끊어진 구간은 하상 산책로로 연결돼 있었다.
고쿠라성 인근 친수광장 일대에서는 강과 도시가 더 가깝게 맞닿아 있었다. 재개발로 들어선 대형 복합시설 리버워크 기타큐슈와 고쿠라성은 차로 없이 넓은 보행 공간으로 강변과 이어져 어디서든 다가가기 쉬웠다.
무라사키강은 시민들의 일상에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친구와 친수광장 내 연못에 발을 담그고 놀던 중학생 오카자키 마리(13) 양은 “과거에 더러운 물이 흘렀다는 사실이 상상도 안 갈 정도로 물이 깨끗해 놀기 좋다”고 말했다. 야스다 유지(57) 씨는 “물이 더러운 시절엔 이 강의 존재도 몰랐다”며 “지금은 평일의 한가로움과 주말의 활기참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심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민관 협력으로 수질 개선
‘무라사키(보라색)’강은 ‘쓰레기강’외에 한때 ‘검은 강’, ‘시궁창강’으로도 불렸다. 19세기 말 하구에 공장이 들어선 뒤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가 흘러들었고, 1946년부터는 하천 부지에 무허가 주택이 많게는 약 600가구까지 들어서 오수를 쏟아냈다. 수질 오염 지표인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약 60mg/L에 달했던 적도 있었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수준이다. 강바닥엔 오니가 쌓여 악취가 났고, 초등학생들이 강을 그리면 물을 검게 칠할 정도였다.
회복은 시민과 행정이 함께 이끌었다. 1963년 무렵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강 청소에 나섰고, 시는 하수도 정비에 본격 착수했다. 청소만으로는 한계가 있자 시와 현은 하천 부지의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고 오염원을 막았다.
1970년 하수처리장이 가동되고 강바닥 오니를 걷어내면서 수질이 차츰 나아졌다. 하수도 보급률은 2005년도 말 99.8%에 이르렀다. 지난 7월 기준 무라사키강의 BOD는 0.6mg/L로 기준치인 인 3mg/L을 충족한다. 11월에는 강에서 낚시 대회가 열릴 정도다.
■도시를 바꾼 하천 정비 사업
문제는 수질만이 아니었다. 1953년 6월 집중호우 때 당시 고쿠라시 가구의 80%가 물에 잠겼을 만큼 강은 홍수에 취약했고, 강변 건물들은 강을 등지고 있었다. 시는 1990년 시작한 ‘무라사키강 마이타운·마이리버 정비사업’으로 2014년까지 하류 약 2km, 170ha에서 하천과 도로, 공원, 시가지 재개발을 한꺼번에 추진했다. 홍수를 막고 ‘규슈의 관문’에 걸맞은 수변 도시를 민관이 함께 만든다는 목표였다.
시는 가장 좁은 지점의 강폭을 59m에서 89m로 넓히고 강바닥도 팠다. 홍수 때 흘려보낼 수 있는 물이 3배가량 늘었다.
이 과정에서 가쓰야마공원은 대잔디광장과 강변 무대를 갖춘 공원으로 다시 꾸며졌고, 카누 선착장도 생겼다. 백화점·슈퍼마켓·구청이 있던 일대 3.6ha를 재개발해 2003년 복합시설 리버워크 기타큐슈가 문을 열었고, 바로 옆 강변에는 친수 광장이 조성됐다. 시는 2021년 이 광장을 1.5배로 넓혀 행사 공간으로 다시 꾸몄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라사키강과 주변 시가지 정비가 진행되면서 고쿠라성 주변 관광객은 1988년 약 25만 명에서 2011년 약 75만 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하천 정비와 연계한 도시 개발로 2000억 엔 이상의 민간 개발 유발 등 지역 활성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라사키강 하류도 동천처럼 바닷물이 드나드는 감조 구간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수위가 오르내린다. 이 구간에도 한때 오니가 쌓여 악취가 났지만, 시는 하수도로 오수 유입을 끊고 쌓인 오니를 걷어내 냄새의 원인을 없앴다. 조석 영향을 받는 도심 하천이라는 조건이 수질 회복을 가로막는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던 셈이다.
기타큐슈시는 수질 개선과 강을 중심으로 도시를 재설계하는 작업을 하나의 틀로 성공적으로 묶었다. 기타큐슈시 가와카미 레이주 물환경과 기획조정계장은 “앞으로도 기타큐슈시는 복원된 강의 수질을 깨끗하고 유지하고 강 주변을 시민 편의와 문화, 관광의 중심지로 삼아 행정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쿠오카(일본)/글·사진=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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