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또한 하늘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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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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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위대한 생각/박현모


세종, 위대한 생각/박현모 세종, 위대한 생각/박현모

훌륭한 지도자가 나오면 온 나라가 복을 받는다. 세종을 왕위 계승자로 지명하며 태종이 남긴 말이라고 한다. <세종, 위대한 생각>은 26년 동안 세종을 연구해 온 저자가 세종 어록 100개를 가려서 담았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정도로만 알았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600여 년 전 조선에 갑자기 나타난 전무후무한 스타일의 임금, 세종대왕에게 깊이 감사한다.

뜻밖에도 세종을 위대한 군주로 만든 태종의 결정적인 한 마디는 “너는 할 일이 없으니, 평안하게 즐기기나 하여라”였다. 태종은 장남 양녕대군에게는 엄격한 제왕학 교육을 요구했다. 그 압박감이 양녕으로 하여금 학문을 멀리하고 방황하게 만들었다. 왕위와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셋째 아들 충녕에게는 전혀 다른 길이 열렸다. 글씨와 그림, 꽃 가꾸기, 수석 감상, 악기 연주 등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일을 마음껏 즐기도록 했다. 바로 그 점이 충녕에게는 축복이 되었다. 세종은 스스로 깨닫고 터득하는 배움의 즐거움을 누렸다. 이 사례는 오늘날의 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하겠다.

세종 시대에 수많은 인재가 활약한 것은 뛰어난 인재가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만든 리더 덕분이었다. 청백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황희는 실은 논란의 인물이었다. 반역을 꾀했던 박포의 아내를 토굴에 숨겨 간통했다는 혐의, 매관매직으로 재산을 모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원래 왕위 계승권자 양녕대군을 지지했던 전력도 있었다. 세종은 “황희의 결점은 내가 이미 다 알고 있다. 나는 그의 강점을 들어 쓰려 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세종은 민심이 흔들릴 때도 성균관을 정비하고 집현전을 키우며 미래를 떠받칠 인재를 기르는 데 힘을 쏟았다. 유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온돌, 목욕탕, 식당 같은 복지시설도 대폭 확충했다. 의사를 상근하게 하여 건강까지 돌보게 했다. 장영실은 원나라 출신 외국인 아버지와 관기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비였다. 장영실은 세종의 뜻에 따라 명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조선의 실정에 맞는 발명품들을 만들어 냈다.

세종의 말 가운데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노비 또한 하늘 백성이다’라는 선언이다. 세종은 1426년 노비 출산 휴가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했다. 관비가 아이를 낳으면 100일간의 출산 휴가를 줬다. 1430년에는 출산 전 한 달을 추가해 130일의 휴가를 보장했다. 1434년에는 아이를 낳은 여종의 남편에게도 30일의 휴가를 주어 산모를 돌보게 했다. 배우자 출산 휴가가 이미 600년 전에 이 땅에 있었다. 이러니 조선에서 살고 싶다며 찾아오는 외국인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게다가 세종은 재위 기간 지방 수령을 무려 392차례나 친견했다. 월평균 1.03회였다. 조선 왕조에서 국왕이 지방 수령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세종 때부터였다. 세종은 완벽한 사람을 찾기보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고 길러내는 데 집중했다. 사관은 세종을 두고 ‘즉위한 이후 한 번도 게으르지 않았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올바름을 지킨 임금’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은 위대한 스승이었다. 알고 보니 스승의 날 5월 15일도 세종의 생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에서 유래했다. 박현모 지음/강병인 글씨/글꽃/368쪽/2만 5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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