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미달 업체에 명지 폐토사 처리 맡긴 LH…재하청·체불에도 539억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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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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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능력 36% 업체 적격 통과
재하청·임금체불에도 “이상 없음”
책임자는 경고 조치에 그쳐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 안태준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 안태준 의원실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산 강서구에 조성 중인 명지국제신도시 사업에서 나온 폐토사를 처리하는 558억 원 규모 용역에 처리능력이 크게 부족한 업체를 선정한 뒤, 불법 재위탁과 임금 체불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LH가 재위탁을 의심할 수 있는 자료를 받고도 추가 확인 없이 공동도급사에 539억 원 넘게 지급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지만, 책임자 징계는 ‘경고’에 그쳐 업체 선정부터 사후 조치까지 전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경기 광주을)이 LH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명지지구 폐토사 약 59만 7000t을 처리하는 이 용역에서 입찰 당시 요구 처리능력(하루 평균 7961t)의 36%에 불과한 업체가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폐토사는 공사 과정에서 나와 재활용이 어려운 흙과 모래다.

계약 과정에서도 부실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업체가 자기 장비라고 제출한 차량 61대 중 31대는 실제로 다른 법인 등이 소유한 차량이었다. 입찰공고는 공고일 당시 업체가 소유한 장비를 기준으로 심사하도록 했지만, LH는 “착수 후 40일 이내 추가 확보”하겠다는 확약만 받고 적격 판정을 내렸다. LH는 당시 2024년 말까지 처리를 마치겠다며 입찰 공고 기간 등을 줄이는 긴급발주를 진행했지만 실제 줄인 기간은 9일에 그쳐, 검증 없이 계약을 서둘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운반 업무는 용역 시작 직후인 2024년 9월부터 재위탁·재재위탁을 거쳐 개별 덤프트럭 차주에게까지 넘어갔고, 임금 체불까지 발생했다. 그런데도 LH 현장점검표에는 계속 ‘이상 없음’으로 기록됐다. 국토부 감사에서는 LH가 2025년 3~4월 업체로부터 전체 물량을 다른 업체와 계약한 운송계약서와 대금 지급 내역 등 불법 재위탁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받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추가 확인 없이 공동도급 3개사에 539억 8000만 원을 지급한 점이 지적됐다.

후속 조치는 더뎠다. LH는 2025년 5월 운반 공동도급사의 재위탁과 계약 위반을 전제로 계약 해제와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이 가능하다는 법률의견을 받고도, 관련 업체를 실제 형사고발한 것은 약 10개월 뒤인 2026년 3월이었다.

책임자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국토부 감사는 적격심사와 용역 관리·감독을 맡은 당시 사업팀 소장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지만, LH는 표창에 따른 감경을 적용해 ‘불문경고’ 처분만 내렸다. 다른 관련자들도 경고나 주의에 그쳤고, LH 직원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 의뢰는 없었다.

감사 이후 인사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긴급발주와 ‘착수 후 40일 내 장비 증차’ 등 주요 결정에 관여한 당시 책임자 한 명은 감사 뒤에도 같은 팀 팀장으로 남아 이번 국회 자료 요구 답변을 맡았고, 용역 중지 이후 다른 공동도급사 2곳에 지급된 17억 3000만 원의 결재에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이번 사건은 현장 직원 한두 명의 단순 실수로 정리할 문제가 아니다. 적격심사, 계약조건 결정, 형식적인 현장점검, 불법 재위탁 적발 실패, 늦어진 후속조치, 징계와 감사 이후 인사·업무조치까지 전 과정에서 문제가 이어졌다”며 “LH가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라인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고 왜 이런 업체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는지, 왜 재위탁을 제때 적발하지 못했는지, 책임자에 대한 사후조치가 적절했는지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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