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과 딸 분리해달라" 계속 요청했는데… 4살 아이 숨진 채 발견
폴리스라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 법원에서 양육권을 인정받은 어머니가 한국에 있던 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결국 아버지에 의해 숨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6시 10분께 서귀포시 모처에 주차된 차 안에서 40대 A 씨와 딸(4)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아 우울증 약을 여러 개 처방 받고 있었으며, 호주에서 아내 B 씨가 낸 이혼 소송 중 양육권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해 10월 말 B 씨의 동의 없이 딸을 데리고 서울로 향했다.
A 씨의 상태를 우려한 B 씨는 아이를 돌려받기 위해 헤이그 아동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승소했다. B 씨는 재판 결과에 따라 4월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호주에서 한국으로 왔으나, A 씨는 딸을 데리고 거주지를 옮겨 다녔다.
이에 B 씨는 지난 4월 초 서귀포경찰서에 "양육권 강제집행을 도와달라"며 실종신고를 냈는데, 당시 경찰은 A 씨 위치 파악도 하지 못하고 영상통화만 한 채 "딸이 잘 있다"는 취지로만 안내했다.
B 씨가 계속해서 '딸의 정확한 소재를 파악해 달라', '딸에게 학대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 '전남편과 딸을 분리해 달라'고 요청한 끝에 경찰은 같은 달 A 씨와 딸을 파출소로 불러 신변을 확인했다.
이후 사정이 있어 호주에 돌아간 B 씨는 대사관을 통해 "관계 기관에 딸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달라"고 계속해서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서귀포경찰서에 지난 3월 22일 "아이가 계속 운다"는 내용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 두 차례 현장 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 씨는 "실종 신고 당시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안내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결과보고서도 작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 씨가 법무부에 질의한 결과, 지난 3월 제3자가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건과 지난 6월 B 씨가 요청한 아이의 소재 확인 등에 관해 경찰 보고서조차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B 씨는 A 씨가 딸이 다니던 서귀포시 모 어린이집에 "미국으로 가게 돼 더는 등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연락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알게 된 즉시 B 씨는 호주 대사관을 통해 현지 법원에 긴급 조치를 요청했다.
또 제주경찰청에 "전남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제대로 약을 먹지 않는다. '딸과 미국으로 출국하겠다'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함께 있는 딸이 걱정된다"며 딸에 대한 소재 파악과 안전 조치를 요청했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
B 씨는 "오늘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왜 지난 3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실종신고 시 아무런 안내가 없었냐'고 물어보니 '확인을 안 했다. 죄송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결과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었냐. 타국에서 매일 관계 기관에 연락했고 경찰에 사정했지만 결국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