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VR 게임, 전세계 게이머에게 제대로 통했죠" [부산 인디 게임 메이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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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디 게임 메이커] 어반울프게임즈 강병직 대표

VR전용 게임 레전더리테일즈
출시하자마자 북미·일본 1위
물리엔진 최적화 '손맛' 자랑
"부산 대표 VR게임 업체될 것"

어반울프게임즈 강병직 대표가 팬들이 직접 제작해 선물한 '레전더리 테일즈' 속 아이템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어반울프게임즈 강병직 대표가 팬들이 직접 제작해 선물한 '레전더리 테일즈' 속 아이템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솟았다. 전세계 게이머가 주목하는 게임이 부산에서 탄생했다. 부산의 인디게임 개발업체 ‘어반울프게임즈’의 VR 전용게임 ‘레전더리 테일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출시 한달만에 북미 시장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 게임을 두고 국내 업체가 만든 게임이 맞냐고 되물을 정도다. 뛰어난 몰입감과 조작감으로 많은 게이머를 만족시키고 있는 레전더리 테일즈. 어반울프게임즈 강병직(38) 대표는 오랜 기간 공들인 게임이 시장에서 인정받아 기분 좋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겸손을 드러냈다.


■VR에 미래가 있다

강 대표는 지역에서 보기 힘든 ‘언리얼 엔진’ 프로그래머다. 언리얼 엔진이란, 미국 에픽게임즈에서 제작한 3D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건축, 제품 디자인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3D 시각화 프로그램이다. 일찍부터 그는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VR에 미래가 있다고 내다봤다. 강 대표는 “VR 하드웨어 ‘오큘러스’가 출시되었을 때, 충격을 넘어 사랑에 빠졌다”며 “부산서 인디 게임 업체를 운영하며, 다른 곳과 차별점이 있어야 했고 VR 게임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모바일 게임 등 대기업이 차치하고 있는 시장에선 인디 게임 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다.

강 대표는 같은 미래를 꿈꾸는 직원을 찾아 나섰다. 2017년 당시에는 VR 전문인력이 생소했다. 직접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직원을 모았다. 강 대표는 “교수님들에게 양해를 구해,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 앞에서 피칭을 했다”며 “직원들을 처음부터 직접 가르쳤고, 이젠 함께 연구하며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Bu:Star 게임 개발사업 등 도움도 컸다. 특히 VR 게임 개발업체의 특성상, 모션캡쳐 등 활용을 위해선 넓은 공간이 필요했는데, 진흥원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할 수 있었다.


■사고 제대로 친 게임

‘게임성에 승부를 걸었다’라는 강 대표의 말처럼, 레전더리 테일즈는 개발에 4년이 걸렸다. 강 대표가 VR을 파고든 데에는 이유가 있다. 평면 모니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실감이 VR에는 존재했고, 게임의 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VR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과 재미를 극대화한 게임을 만들려 했고, 그 결실이 레전더리 테일즈”라고 말했다.

레전더리 테일즈는 최대 4명의 협동 플레이가 가능한 VR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다양한 마법과 스킬을 통해 몬스터를 잡으며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디아블로’‘다크소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토르 망치, 일본도, 캡틴아메리카의 방패 등 다양한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크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작용이다. 예를들어 몬스터를 칼로 공격했을때, 부위·속도·방향에 따라 몬스터의 반응이 전부 다르다.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몬스터의 움직임이 ‘재생’되는게 아니라,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무거운 물건을 집어들면 동작이 느려지는 등 무게감도 구현했다. 강 대표는 “현실감을 강조하기 위해 물리 엔진을 게임에 맞게 최적화하는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게임 속에서 ‘어? 이게 되네’라고 감탄이 터질 정도로 자유도를 높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VR게임을 하다가도 레전더리 테일즈의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게이머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8일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 VR2 게임으로 전세계에 정식 출시됐다.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2월 한달 VR2 게임기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 어몽어스, 비트세이버를 비롯한 ‘AAA급(게임계 블록버스터)’ 게임들을 제쳤다. 뿐만아니라 게임 선진국 일본에서도 같은 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강 대표는 “유럽에선 다른 게임의 할인 이벤트 탓에 판매량이 3위에 그쳤다”며 “부산 게임 업체의 능력이 전세계에 통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했다.


■멈추지 않는 늑대들

도심 속 늑대들, 어반울프게임즈는 레전더리 테일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강 대표는 “우선 레전더리 테일즈의 안정화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이머들이 끝까지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며 “향후에는 메타퀘스트 VR 시장에 진출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메타퀘스트 VR 시장에 진출,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레전더리 테일즈를 알리겠다는 말이다. 다양한 장르의 VR게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강 대표는 “하스스톤 같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도 얼마든지 VR로 재탄생시키면 새로운 게임이 될 것”이라며 “언젠가는 레전더리 테일즈2도 개발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산업 인재 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VR분야의 전문 인력들을 발굴하고 교육해, 인재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어반울프게임즈의 모든 개발인력은 부산 출신이다. 강 대표는 “사업 초기 인재를 구하는게 가장 힘들었다”며 “10년 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해, 부산을 대표하는 게임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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