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바다 생활 선박 무대로… 어떤 사건 이야기 그려봤죠”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중편 소설 ‘적도의 침묵’으로 이동윤 씨 대상
탄탄한 구성 호평… "장면 먼저 그린 뒤 글로 묘사"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이동윤 씨. 정종회 기자 jjh@
“해양진흥공사와 부산일보가 함께 진행한 해양문학공모전의 첫 번째 대상 주인공이라는 말을 들으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너무 큰 상이라 앞으로 그 자역에 맞는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데 내가 그 정도 수준이 될까 싶어 부담과 걱정이 몰려오더군요.”
중편 소설 ‘적도의 침묵’으로 일반부 전체 대상에 선정된 이동윤 씨. 수상 소감을 물으니 ‘기쁘다’ ‘행복하다’는 말보다 ‘무섭다’ ‘걱정된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그만큼 글 쓰기에 진정성을 담았다는 것처럼 느껴져 새삼 대상감이 맞구나 싶었다.
30대 초반이지만, 이 씨의 글쓰기 경력은 꽤 길다. 중학생 때 우연히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봤고, 강렬하고 기묘했던 영화에 푹 빠졌다. 도대체 이 엄청난 영화의 이야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졌고, 코맥 매카시 작가를 알게 된다. 매카시의 작품을 탐독하며 자신도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겼고, 중학생이었지만 소설 창작반에 들어가 소설 작법을 배울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 마침내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2가지, 영화 보기와 글쓰기를 혼합해 도전을 시작한다.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쓴 후 연출과 편집까지 맡아 단편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촬영은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이기에 다른 이에게 맡겼지만, 그 외 모든 분야는 혼자서 완성했다.
“좋아하는 글만 쓰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글 쓰기와 관련된 직업을 떠올려 신문 기자가 되었죠. 기자로 입사했지만, 대학 시절 독립영화 제작 경험이 알려지며 신문사 내 영상제작 부서에서 일할 수 있게 됐죠. 첫 작품인 부마항쟁 관련 다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두 번째 작품인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야구 40년 역사를 조명한 영화는 대형 유통사를 통해 80개 영화관에서 개봉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도전 의식이 한창 충만해질 무렵 신문사를 나와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했고, 지금은 법률 회사 홍보기획 일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글 쓰기를 계속 하기 위해선, 아직은 생계가 보장되는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낮의 힘든 일상을 견디면, 힐링 같은 밤의 글쓰기 시간이 위로해주는 생활이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영화 비평 공모 우수상을 비롯해 몇 몇 지자체의 스토리 공모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도 이어졌다.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격려가 된 셈이다. 그러다 2025년 대박이 터졌다. 부산영상위원회 스토리 공모전 장려상을 시작으로 제17회 포항문학상 소설 우수상, 영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으로 이어지더니 부산일보 해양문학공모전 대상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상 작품인 ‘적도의 침묵’은 심사위원들이 놀랄 정도로 작품의 구성이 탄탄했고, 새로운 해양 서사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당장 유명 OTT에 장르물로 제작해도 통할 것 같다”는 칭찬이 나올 정도로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추었다.
“친구가 항해사인데 몇 달간 선박에 갇혀 바다 위에서 지내는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죠. 그 선박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싶었고 간략한 이야기 뼈대를 만들었죠. 그렇게 생각날 때마다 만든 구성안이 수십 개 있어요. 해양문학 공모전 소식을 듣고 항해 관련 구성안을 꺼내 발전시킨 게 이번 대상 작품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든 경험 덕분에 시각적인 장면들을 먼저 떠올려 대충 그림으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그 장면을 글로 묘사하는 방법을 쓰다 보니, 중편이지만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항해사 친구에게 물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상황들에 대한 묘사도 세심하게 다듬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일단 많이 써보려고 한다. 한 달에 단편 소설 몇 편은 완성시키자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답한다. 글쓰기는 더 치열해지지만, 조급해지지는 않겠다는 다부진 결심이 느껴진다.
해진공과 함께하는 부산일보 해양문학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이동윤 씨. 정종회 기자 jjh@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