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주식한 증권맨, 걸려도 ‘퇴사하면 그만?’
5년간 97명 제재 30명은 퇴직
퇴사자는 회사가 징계할 수 없어
남은 재직자도 60%가 경징계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증권사 임직원이 회사 몰래 주식을 사고팔다 적발돼도 3명 중 1명은 이미 회사를 떠나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남아 있던 위반자 가운데 면직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매 규정을 어겨 제재받은 10대 증권사 임직원은 97명이다. 이 가운데 30명(30.9%)은 제재가 내려질 때 이미 퇴직한 상태였다.
퇴직자는 회사가 감봉이나 정직을 할 수 없어 징계 대신 ‘위법·부당사항 통보’만 받는다. 30명 중 28명에게 과태료가 함께 부과됐지만 회사 차원의 징계는 피해 갔다.
면직이나 정직에 해당하는 무거운 조치가 나온 19명 중에서도 12명이 퇴직자였다. 실제로 정직 처분을 받은 재직자는 7명뿐이었던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위반 사실이 한참 뒤에 드러나서다. 지난해 10월 메리츠증권 임직원 5명은 4억 9000만 원어치를 매매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제재 시점에는 모두 퇴사한 뒤였다.
올해 신한투자증권에서도 한 직원이 2580만 원을 거래했다가 뒤늦게 걸렸지만 이미 퇴직해 과태료 없이 견책 상당의 통보만 받았다. 같은 해 1억 4800만 원을 거래한 KB증권 직원이 회사에 남아 있어 감봉 3개월과 과태료 1850만 원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재직자에 대한 처분도 가벼웠다. 재직자 67명 중 40명(60%)은 견책 이하 경징계나 과태료를 받는 데 그쳤다.
과태료 액수도 법이 정한 상한에 크게 못 미쳤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사 임직원이 주식 등을 거래할 때 본인 명의로 회사에 신고한 계좌 하나만 쓰고 매매 내역을 회사에 알리도록 하며, 어기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그러나 1인당 과태료 중간값은 약 450만 원이었고 가장 많이 낸 사람도 2500만 원이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위반행위를 제때 적발하지도 못해 제재 대상자 상당수가 이미 퇴직해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퇴직으로 징계를 피하는 일이 없도록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재 인원은 2022년 33명(거래금액 37억 3600만 원), 2023년 34명(31억 8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9명, 2025년 8명, 올해 8월까지 2명으로 줄었다. 5년여간 위반자들의 거래금액은 모두 88억 5360만 원이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