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도 질서도 없는 국힘의 ‘각자도생’ 행정통합 대처법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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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통합법 보류에 대구 의원들 지도부 공개 비판
주호영·송언석 의총서 충돌도
당내 노선 혼선에 지도부 리더십도 흔들

2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진보 계열 5개 정당 원내대표와 전국 251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가 참석한 숙의 없는 행정통합 졸속 추진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진보 계열 5개 정당 원내대표와 전국 251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가 참석한 숙의 없는 행정통합 졸속 추진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던 여권이 지역 반대 여론 등을 이유로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미루자 국민의힘이 당내 갈등에 휩싸였다. 특별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대구 지역 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향해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중앙당과 지역 의원 사이의 엇박자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행정통합을 둘러싼 이견이 아니라, 국민의힘의 내부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대구 수성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의원과 경북 김천을 지역구로 둔 송언석 원내대표가 TK 통합 특별법 처리 불발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같은 날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지도부가 TK 행정통합법에 반대해 법안 처리를 미뤘다고 주장하면서 책임 공방이 본격화됐다.

TK 통합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주 의원은 송 원내대표를 겨냥해 “지도부에서 누가 반대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송 원내대표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넣어달라고 했을 뿐, 반대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통합에 우호적인 권영진 의원이 “그 말이 반대 취지 아니냐”고 가세하면서 논쟁은 더 격해졌다. 송 원내대표는 홧김에 거취 문제까지 언급했다가 이후 “공식적인 사의 표명은 아니었다”고 수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내부 충돌을 두고 당의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전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이후,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지도부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역별로 ‘각자도생’하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장동혁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충청권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행정통합법에 자치분권 특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전·충남 통합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반면 TK 지역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20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고려해 지방선거 전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같은 당 안에서도 특례 부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기류와, 재정 인센티브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기류가 동시에 존재한 셈이다.

이 같은 지역 간 엇박자에도 지도부는 행정통합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 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주민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점과 통합 시 특례를 일반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대응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중앙당은 이를 내세워 민주당과 협상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망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 사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광주·전남 행정통합법은 지역 정치권의 단일대오 속에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민주당을 향해 “지역 갈라치기를 중단하라”고 비판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겨냥한 민주당 전략에 국민의힘이 끌려다니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TK 행정통합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이어지는 사이 선거 전 통합 성사 가능성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부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전반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고, 일정상 광주·전남 관련 법안 표결은 다음 달 2~3일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까지 TK 통합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마련해오면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안 내용을 두고 당내 이견 정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즉각 재논의에 착수해야한다는 임장이지만, 일부 의원들은 특례 수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을 들어 법안 통과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갈등이 장동혁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간 이해관계조차 조율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지도부의 당내 통합 능력과 장악력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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