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수술 전 고려사항…“표준치료 이행 여부, 응급 대처 능력이 관건”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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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정립, 진료지침 표준화
‘어디서’ 대신 ‘어떻게’를 고민해야
동시수술, 의료서비스 질 떨어져
국내 대장암 성공률 세계적 수준
하이펙 등 최신수술법 적극 도입
응급상황 대비, 치료 연속성 필수

대장암은 치료 원칙이 국제적으로 표준화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서 수술을 할 것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집도의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수술 환경인지,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장항문외과 한언철 과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대장암은 치료 원칙이 국제적으로 표준화 되어 있다. 그래서 어디서 수술을 할 것인지 고민하기 보다는 집도의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수술 환경인지,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장항문외과 한언철 과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의사는 신이 아니다. 무협지나 만화의 주인공처럼 신출귀몰한 존재도 아니다. 집도의 한 명이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한 명이 3~4명의 환자를 ‘동시 수술’한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의 사건이다. 지난달초 서울의 메이저병원에서 중동 출신의 외국인 의사가 무면허 수술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의사면허가 없는 해외연수 의료진이 지도교수 없이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무면허 수술이 일어나게 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동시 수술’이었다. 집도의가 바쁘게 수술실 2~3곳을, 많게는 4곳을 뛰는 바람에 중동 연수생을 지도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의료계의 어두운 이면이다.

■암수술 ‘어디서’ 보다 ‘어떻게’가 중요

지역의 암환자가 암 진단을 받고 나면 바로 맞닥뜨리는 고민이 ‘어디에서 수술을 할 것인가’이다. 서울로 가야 하나, 아니면 집 근처에서 치료를 받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장항문외과 한언철, 송인호 과장은 “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치료받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치료받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성공률과 환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장암은 현재 치료 원칙이 가장 잘 정립된 암 가운데 하나다. 수술 범위와 림프절 절제 기준, 항암치료 여부, 직장암에서의 방사선치료 적용까지 대부분의 치료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다. 국제 가이드라인과 국내 진료지침을 따르면 된다. 다시 말해 치료의 핵심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병원이 아니라 표준화된 치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시행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75%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특정 몇몇 병원의 성과라기보다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과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하는 대장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 의료기관은 서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 각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이는 대장암 치료 역량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서울의 메이저병원에서 관행처럼 진행되고 있는 동시 수술은 환자 입장에서는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도 집도의가 동시에 여러 수술을 담당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뿐아니라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집도의가 한 명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때와 서너 명 환자를 담당할 때의 수술 성적과 예후는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디서 수술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한 이유라고 하겠다.

■대장암 생존율 80.6%, 세계적 수준

실제 치료 성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2010년부터 2025년까지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1,303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5년 생존율은 80.6%였다. 병기별로는 1기 93.4%, 2기 88.0%, 3기 78.4%, 4기 59.8%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암등록 통계에 보고되는 국내 대장암 생존율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최신 치료법의 도입에서도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도 경항문 결장절제술과 같은 최소침습 수술, 복막전이 환자를 위한 하이펙 수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송 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서울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료 정보의 편향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언론의 명의 마케팅으로 대형병원의 특정 의료진 중심으로만 홍보가 이루어지는 반면 지역 의료진에 대한 홍보 기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의 경험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실제 대장암 치료는 한 명의 의사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팀 워크가 중요하다. 실제로 여러 진료과 간의 다학제 진료 시행 여부가 치료의 질을 좌우하는 지표다. 영상의학과의 정확한 병기 평가, 외과의 수술, 병리과의 조직 분석, 종양내과의 항암치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

■암치료 수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대장암 치료는 수술 한 번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수술 전 평가부터 수술, 회복, 항암치료, 장기적인 추적관찰까지 수년에 걸친 과정이 이어진다. 따라서 환자가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는 환경 역시 치료의 중요한 요소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주지와 가까운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서울행을 결심하면 수년간에 걸친 장거리 원정치료는 암환자의 컨디션 관리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동반하는 보호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 상상 이상이다.

한 과장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보다 전문화된 치료 환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장암 환자에게 있어 중요한 기준은 병원의 위치보다는 표준 치료가 정확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환자가 치료 과정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고 강조했다.

암수술 이후에 발생하는 응급상황도 또 다른 변수다. 서울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온 환자가 복통, 발열, 장폐색 등의 문제로 지역 응급실을 찾는 경우다. 환자와 보호자는 당연히 가까운 병원에서 신속한 처치를 기대하지만, 실제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히 복잡한 수술의 경우 진료기록만으로 환자의 현재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결국 환자의 안전을 위해 수술받은 병원으로 다시 가보도록 권유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과장은 “타지역에서 암수술을 받은 후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원하는 진료를 제대로 못받게 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암치료는 진료의 연속성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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