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힌다” 기대로 표심 잡기… 실패 땐 발목 잡힐 수도 [부동산 초점 맞춘 李 ‘SNS 정치’]
고질적 수도권 집값 문제 ‘저격’
지방 부동산 경기 부양 기대 키워
선거 앞둔 여야 李 발언에 ‘촉각’
실효성 없을 땐 부정 영향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기득권 타파, 집값 안정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부추겨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때리기’에 최근 국정 지지율이 상승하고 수도권 주택 매물이 다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부동산 강경 드라이브에 대한 리스크도 뚜렷하다. 과도한 세제·규제 압박으로 정책 불안감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복잡한 부동산 정책이 단순화·이슈화되면서 진보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 반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심이 부동산 정책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선거 모드에 접어든 여야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동산 정상화’로 민심 결집 행보
천정부지로 치솟은 수도권 집값은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다. 국민적 관심이 큰 수도권 집값 안정화는 지방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진다. 부동산 안정화가 곧 수도권과 지방,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선거 핵심 카드인 셈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100일가량 앞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 슬로건을 내걸며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6·27 부동산 대책(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을 시작으로 9·7 대책(공급 확대), 10·15 대책(규제 강화와 거래 제한), 1·29 대책(공급 확대와 공급 속도 개선 등)을 잇따라 내놨다. 최근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까지 못 박으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정부에 맞서지 말라” “권력으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연일 다주택자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부동산 여론전 최일선에 나서면서 민심도 반응하고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그리는 주요 배경으로 부동산 정상화 메시지가 꼽힌다. 대통령의 다주택자 압박이 수도권 주택 매물 증가세로 이어지면서 집값 안정화에 대한 국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 심리도 점차 꺾이는 형국이다. “진보 정권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국민의힘의 대정부 공세에 이 대통령이 전면에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상화 행보가 지선을 관통할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여론을 기반으로 연일 부동산 메시지를 내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지지 여론을 굳혀나가고 있다.
■실효 정책 안갯속… 野 반사이익 우려도
다만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는 당장 수도권 집값을 잡을 실효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등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과 점진적인 주택 공급 확대로 장기적인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지선 전까지 뾰족한 대책은 나오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통령의 SNS 글 역시 “부동산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선언적 메시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제·규제 압박을 기반으로 한 대책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높일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여지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감독원’ 추진 등의 방식으로 부동산 투기 근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같은 단속 강화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역시 미지수다. 정부가 세제와 규제 강화로 시장을 압박하고, 이 대통령이 다주택 소유를 사실상 청산 대상으로 삼은 점은 선거 국면에서 야당에게 반사이익을 줄 여지도 있다. 정부의 과한 시장 개입과 칼질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부정 여론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SNS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경 메시지를 내는 것이 선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이 대통령은 최근 야당의 부동산 정책 비판을 SNS로 직접 반박하고, 언론 기사를 지적하는 등 직접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가시적인 성과가 핵심인데 부동산 의제가 정쟁의 요소로만 치부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편, 이 대통령은 수도권 주택에서 비수도권 농지까지 부동산 의제를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25일 X(엑스·옛 트위터)에 “농사짓겠다고 농지를 취득한 후 농사를 안 지으면 법에 따라 처분하게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적었다. 전날엔 “권력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며 부동산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