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도 엔화도 ‘세일’… 원화 강세에 주목받는 환테크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원달러 환율 한 달 반 새 180원 넘게 급락
달러예금 통계 집계 후 역대 최대
40년 만에 최저 수준 엔화
“저점 예측 어려워 분할 환전해야”


지난 23일 서울 명동 거리 한 환전소에 이날 원달러, 원엔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명동 거리 한 환전소에 이날 원달러, 원엔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고 모(37) 씨는 최근 엔화 환율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3달 전만 해도 100엔당 1000원에 육박했던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평소 일본 여행을 자주가는 고 씨는 올 겨울 여행 경비로 쓸 돈을 환전한 다음 재테크 개념으로 여윳돈으로 엔화를 추가 매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으로 쓰는 것 외에 나중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 씨는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오는 걸 보면 충분히 사볼 만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르면 환차익도 생기고 만약 내린다고 해도 일본 여행을 자주가니 가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급상승하며 달러나 엔화를 싸게 사두려는 이른바 ‘환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높은 일본 여행 수요와 엔화 반등을 노리거나 주식 투자를 위해 달러를 미리 확보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환율의 저점을 정확히 맞추는 것은 어려운 만큼 목돈을 한 번에 바꾸는 것보다는 분할해서 환전하는 것이 안정적인 전략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변화는 원화 가치의 급반등이다. 지난 7월 초 1556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지난 28일 1370원선으로 하락하며 약 1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 강세를 이끈 핵심 요인으로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꼽는다. ADR 상장으로 조달되는 약 28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이 외환시장 수급 개선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 확대와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준 의원(인천 계양을)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 민간기업의 올해 2분기 현물환·선물환 매도액은 2635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2분기(1536억 7000만 달러)보다 71.5% 늘어난 규모다. 기업 달러 매도세는 3분기 들어서도 상당 규모로 지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 가격이 빠르게 내려오자 개인과 기업은 일제히 달러 구하기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달러 예금 잔액은 1089억 2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11억 2000만 달러 늘었다. 국내 달러 예금이 1000억 달러를 넘은 건 통계를 집계한 201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기업 외화 예금이 1125억 6000만 달러로 135억 7000만 달러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 개인 외화 예금도 157억 7000만 달러로 14억 4000만 달러 늘었다.

달러가 싸지자 환전 수요도 급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하루 평균 달러 환전액은 1114만 달러로 전월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19일까지 하루 평균 1122만 달러 어치가 환전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 모두 달러예금 잔액이 늘었고, 달러를 매수하는 환전 거래도 증가했다”며 “기업은 반도체 수출 등으로 확보한 달러를 외화예금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해외투자나 자금 조달에 활용할 시점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학개미 등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환율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다. 같은 1000만 원으로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이라면 약 6450달러를 살 수 있는 반면 1370원에서는 약 7300달러를 받게 된다. 한 달 반 사이에 환율 차이로 투자 원금이 약 850달러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엔화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원화와 엔화는 한동안 똑같이 약세 흐름을 면치 못했는데 최근 두 통화의 행보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동안 엔화는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 역시 100엔당 800원대로 빠르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여행 경비를 미리 환전하려는 수요와 엔화 반등을 기대하는 수요가 덩달아 급증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약 9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1조 1546억 엔으로 한 달 사이 약 1029억 엔 늘었다. 은행이 고객에게 판매한 엔화도 한 달 동안 약 142억 엔 증가했고, 거래 건수도 70% 넘게 뛰었다.

환테크를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은행 앱이나 외화통장을 이용해 달러나 엔화를 사두는 것이다.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필요한 경비를 낮은 환율로 바꿀 수 있고, 투자 목적이라면 해당 외화의 가치가 오른 뒤 원화로 바꾸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개인이 일반적인 환전을 통해 얻은 환차익에는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외환 환전 시 살 때와 팔 때의 환율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환율이 소폭 오를 경우 환전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이익이 없을 수 있다. 또 현재 환율이 바닥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주의해야 한다. 최근 원화 강세가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고 엔화 약세 역시 향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등으로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여행이나 주식 투자 등을 위해 환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최저점을 맞추거나 반등의 시점을 예상하기보다는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로 환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달러나 엔화가 더 떨어졌을 때 손실 부담을 줄이고 또 환율이 반대로 급등할 때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점 때문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닥터 Q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썸네일 더보기

    톡한방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썸네일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