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생물 고래가 버젓이 식탁에…고래고기 유통·관리 '구멍'
DNA 분석 결과 25곳 중 7곳서 불법판매 확인
멸치고래·참고래 등 보호종은 유통 금지
해수부·해경 등 관리체계 ‘제각각’…불법포획도 여전
윤준병 “불법 고래고기 추적·관리체계 구축해야”
지난 7월 울산 방어진항 부두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어선 그물에 걸려 혼획된 밍크고래를 야간 인양하고 있다. 울산해경 제공
윤준병 의원실 제공
부산·울산을 비롯한 전국 고래고기 식당에서 판매 중인 고래고기를 직접 수거해 유전자(DNA)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27곳 가운데 7곳에서 현행법상 포획과 유통이 금지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가 확인됐다. 적발된 7곳 모두 부산이었다.
혼획 고래는 위판 과정에서 개체별 DNA 시료까지 채취하고 있지만, 정작 해양생물보호종 고래고기가 실제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고래고기 유통·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해양수산부가 파악한 전국 고래고기 판매업소 115곳 중 부산 15곳, 울산·경북 각 5곳, 경남·서울 각 1곳 등 27곳에서 고래고기를 구매해 DNA 분석을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의 26%인 7곳에서 해양보호생물 고래고기가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종별 시료 분석 결과, 20개는 유통이 허용된 밍크고래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나머지 7개 시료는 멸치고래(브라이드류) 5개, 보리고래·참고래 각 1개였다. 특히 보호종이 검출된 7곳 모두 부산 지역 판매업소에 집중됐다.
국내에서는 고래류 가운데 해양보호생물을 제외한 종만 유통이 가능하다. 따라서 밍크고래, 참돌고래, 낫돌고래 등은 유통이 가능하지만,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대형수염고래류(대왕고래·참고래 등) 등은 금지된다.
윤준병 의원실 제공
현행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해양보호생물의 포획·채취 뿐만 아니라 죽은 개체의 가공·유통·보관까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관리 시스템은 유통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아우르지 못해 제도적 공백을 드러냈다.
혼획된 고래는 해경의 조사를 거쳐 위판되며, 위판 고래는 수협중앙회가 개체별 DNA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공하고,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를 분석해 결과를 등록·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DNA 분석·등록을 완료해야 하는 구체적인 기한이 없어, 위판 단계에서 확보한 유전자 정보를 시중 유통 고래고기의 출처 확인에 신속하게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밍크고래 20건의 개체 식별은 마쳤으나 유전자형 분석 자료가 완전하게 연계되지 않아 적법 위판 개체인지 즉각 대조하지 못했다.
불법포획 자체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고래 불법 포획으로 총 33건이 적발돼 148명이 검거됐으며, 적발된 고래는 52마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동종·유사 행위로 재적발된 사범이 25명, 불법 포획에 재사용되다 적발된 어선도 13척이었다. 그런데도 해경은 최근 10년간 고래고기 식당·판매점을 대상으로 한 불법유통 단속 현황을 "별도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해 상시 감시망에 허점을 보였다. 최근 5년간 해역별 불법포획 의심선박 조사 현황 역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윤 의원은 "바다에서는 불법포획 고래가 끊이지 않고, 시장에서는 해양보호생물 고기까지 버젓이 발견되는데, 해수부·해경·고래연구소의 관리체계는 제각각 따로 노는 실정"이라며 "위판 단계에서 확보한 DNA 정보가 최종 판매처까지 실시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불법 고래고기를 걸러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국 고래고기 판매업소 115곳을 지역별로 보면 부산이 가장 많은 63곳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경남(18곳)·울산(17곳)까지 합하면 부울경 동남권에 전국 판매업소의 85.2%가 밀집해 있다. 나머지는 경북 8곳, 서울 5곳, 강원·경기·인천·대구 각 1곳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