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열려 있다] '야구장 = 도시 경쟁력' 복합 구장으로 경제 활력 ‘승부수’
⑬ 야구장이 도시 랜드마크
부산시, 북항에 돔구장 건립 구상
KBO 생산유발 효과 1조 원 넘어
3만 석 잠실 복합 구장 신설 추진
새 구장 건립 위한 거버넌스 필요
2032년 3만 석 규모로 건설 예정인 잠실돔구장(위)과 함께 조성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감도. 서울시 제공
야구장이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지자체를 넘어 전 세계적 도시들은 기존 야구장을 공연, 관광, 쇼핑 등이 가능한 ‘복합 야구장’으로 탈바꿈시켜 도시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야구 경기만하는 야구장을 넘어 사계절 내내 도시를 찾게 하는 관광 콘텐츠이자 도시 혁신의 중심에 야구장이 등장했다.
부산도 전재수 시장 취임 이후 새로운 야구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북항 재개발 지역에 개폐식 돔구장을 짓자는 구상이다. 도시 개방성을 이끄는 신무기로 야구장을 조속히 도시의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낡은 사직야구장 시대를 넘어 ‘구도 부산’의 새로운 도시 콘텐츠를 세워야 하는 골든타임이 흐르고 있다.
■먹통이 된 ‘구도’ 야구장
지난달 11일 부산 사직야구장.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맞대결. 1만 5000여 명이 관중이 들어차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장에 ‘블랙 아웃’이 발생했다. 1회가 막 시작됐을 무렵. 전광판이 꺼졌다. 전광판에 어떤 화면도 표시되지 않았고 관중석에선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전광판 센서에 문제가 생겼고 화면은 1회 내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지난 5월에는 사직야구장 전광판 위 시계가 1주일가량 먹통이 된 일도 있었다. 노후화된 사직야구장의 촌극이었다.
야구장 곳곳에는 물이 새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좌석이 노후화 돼 비가 온 다음 날 경기 때는 깨진 좌석에 스며든 빗물로 관중들이 옷을 버리기 일쑤다.
경기장 내부에도 누수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야구장 곳곳에는 수건을 바닥에 깔아놓고 물을 받치고 있다. 1985년 완공돼 42년차를 맞은 경기장이라 개·보수가 필수적이지만 해묵은 ‘신구장’ 논의로 개·보수는 요원하다.
사직야구장을 야구 시즌마다 자주 찾는 김성현(45·부산진구) 씨는 “부산 시민 입장에서 사직야구장의 시설은 전국 어디에 보여주기 부끄러운 수준이다”며 “다른 지자체에서 야구장을 새로 짓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우리는 왜 안되는지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다.
■야구만으로 수익 1조
한국 프로야구의 경제 효과는 무려 1조 1000억 원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프로야구 소비 지출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야구 구단이 있는 7개 도시(서울, 인천, 수원, 대전, 광주, 창원, 부산) 지역별 소비지출액은 총 5563억 원(입장료 1964억원, 식음료 2574억원, 교통비 1024억원)이고 전국적인 생산유발 효과는 1조 1121억 원에 달한다.
부산만 살펴보면 3개 구단(LG, 두산, 키움)이 있는 1위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3위다. 2위는 광주인데 2014년 지어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건설 효과가 반영된 것을 고려하면 비수도권 중 경제 효과는 최고 수준이다.
부산의 프로야구 관련 연간 소비 지출은 약 658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생산 유발액은 부산 지역내총생산의 0.07%인 약 839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부산 지역내총생산의 0.03%인 약 365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시즌 관중(1088만7705명)에 기반한 내용인 만큼 관중이 늘어난 ‘구도 부산’의 가치는 올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구장의 경제적 가치도 확인된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경우 네비게이션 T맵 목적지 검색 건수가 과거 무등구장에 비해 47.3% 증가했고 구장 정류장 승객수가 38%가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완공된 대전의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대전 이외의 지역에서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전년대비 9.1%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전국적인 경제 활력에 큰 영향을 지닌 프로야구를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야한다”는 말로 결론을 맺었다.
■전국은 복합구장 열풍
요즘의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돔구장 형태로 복합 구장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복합 구장은 단순히 봄~가을까지 야구 시즌에 운영하는 야구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경기가 없으면 공연을 하고 공연이 없어도 쇼핑을 하고 숙박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야구장은 구장의 시설 중 하나일 뿐이고 상업 단지, 호텔·MICE가 복합 구장에서 가능하게 하는 모델이다.
가장 큰 규모로 새롭게 복합 구장을 짓는 곳은 서울 잠실야구장이다. 서울은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자사업으로 잠실 복합 구장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올 시즌 종료 후 잠실야구장은 철거에 들어간다. 2032년에는 3만 석 규모의 복합 구장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민간투자 사업 방식으로 진행되는 잠실 MICE 복합단지 내 복합 구장 신축에는 약 5000억 원 안팎의 재원이 투입된다. 구장 주변으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프라임 오피스와 상업 시설, 그리고 탄천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녹지 보행로 조성이 계획돼 있다.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전체 단지 개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0조 원 이상, 고용 창출 효과는 약 12만 명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40년이 넘은 사직야구장을 운영하는 부산도 새로운 야구장 시대를 조속히 열어야한다고 지적한다. 새 구장의 형태, 부지, 운영 방식 등을 두고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급선무다. 부산은 20여 년 전부터 새로운 야구장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야구장을 짓기 위해서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등 도시 거버넌스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한다”며 “야구장의 경쟁력이 도시의 경쟁력인 것이 세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는만큼 부산도 새로운 야구장으로 도시의 개방성,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