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꼭 가야 하는 수십 가지 이유
■서점 예찬/제프 도이치
서점 멸종 시대에 쓴 좋은 서점론
서점이 왜 특별한 공간인지 설명
효율성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매력
책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지만, 서점의 존재 이유는 여전히 뚜렷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책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지만, 서점의 존재 이유는 여전히 뚜렷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책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지만, 서점의 존재 이유는 여전히 뚜렷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서점 예찬/제프 도이치
1994년 미국에 7000여 곳의 독립 서점이 있었지만, 2019년에는 2500곳으로 줄어들었다. 책은 2019년의 숫자를 언급했지만, 최근 몇 년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현재는 반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책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서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며, 심지어 볼거리,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 책을 아예 읽지 않는 이들도 많다.
<서점 예찬>은 이런 시대지만 왜 여전히 서점이 필요한지, 좋은 서점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첫 장부터 애초에 이윤의 측면에서 서점이 괜찮은 사업이었던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좋은 서점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서점은 다른 산업과 다른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효율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좋은 서점은 운명의 독자가 발견해 줄 때까지 자본으로서의 기능을 내려놓은 채 서가에서 인내하며 기다리는 수천수만 종의 개별 상품(책)으로 운영된다. 한 달 전에 출간된 책부터 일년 전, 50년 전, 심지어 수천 년 전에 출간된 책도 놓여 있다. 훌륭한 서점이라면 모든 시대의 책을 골고루 갖춰야 하기에 고전은 물론이고 당대의 문학과 출판사 별로 쏟아지는 신간들까지 구비해야 한다.
소설가이자 서점 애호가였던 크리스토퍼 몰리는 서점의 특성을 이렇게 비유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서점은 마치 술집이자 만물상 같다. 손님이 요청하면 요즘 유행하는 칵테일을 내놓아야 하지만 동시에 아주 희귀한 빈티지 와인도 갖춰야 한다”.
어떤 행위를 하는 것에 있어 효율성, 편리함이 아주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 요즘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간다는 건 분명히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저자는 ‘효율성’이라는 덕목에 딴지를 건다. 효율성은 모순된 이상이자 의심스러운 덕목이라는 주장이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나 예술가라면 알겠지만 현명한 비효율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서점의 비효율적인 요소들은 결코 낭비가 아니며 오히려 좋은 서점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점이 된다.
여기서 서점에 관한 조금 다른 정의가 등장한다. 좋은 서점에서 주로 파는 것은 책이라기보다 ‘책을 훑어보는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훑어보는 행위의 큰 이점 중 하나는 그 때 일어나는 되새김이다. 서점이든 도서관이든 개인 서재든 인간은 책을 통해 지적·문학적 자극을 일으키고 되새김하며 성찰로 나아간다. 책장 사이를 거니는 독자를 ‘지적 만보객’이라 부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서점의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일반적으로 가치는 대상이 희소해질수록 오른다. 하지만 희소성은 우리가 가치 있는 위대한 무언가를 과소평가해서 생긴 결과일 수도 있다.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희소해질수록 더욱 가치가 커지지만, 정작 과소평가되어서 희소해진 것은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
서점이 사라지는 현실을 이 전제에 대입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서점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서점은 희소해졌고, 특히 좋은 서점은 서점의 문화적 가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더 희소해질 수밖에 없다.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에 관한 언급도 인상적이다. 서점의 직원은 일반 상점 직원과 굉장히 다르다. 도움을 청하는 손님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응대하되, 책 앞에 선 독자의 고독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미묘한 균형감각을 서점인과 서점 직원은 계속 유지해야 한다.
수십 년간 서점을 운영한 서점인이자 서점 애호가인 저자는 좋은 서점을 지켜달라는 간곡한 부탁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좋은 서점을 지키는 일은 결국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의 문제이며 한 사람의 의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좋은 삶이 그렇고, 좋은 사회가 그렇듯 많은 이들의 열망이 모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 책 한 권으로 서점인의 노력과 고생을 많이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 그저 우리 동네 책방 주인이 많이 고맙고, 다음에 책방갈 때 시원한 음료수를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프 도이치 지음/장혜인 옮김/니라이카나이/280쪽/1만 98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