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사업장 11년 이전 갈등 마침표 찍고 기장행 ‘첫발’
오리제2일반산단 이전 공식화
반여동 사업장 보상·수용 시작
센텀2지구 착공, 최종 난제 해결
미래 신산업 거점 개발도 탄력
풍산 반여동 사업장과 센텀2지구 조성 예정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센텀2지구 조성의 마지막 난제로 꼽히던 풍산 사업장 이전에 본격 착수했다. 기장군 오리제2일반산단으로의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이달 반여 사업장 부지 보상과 수용을 시작한다.
풍산의 기장행은 단순한 공장 이전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의 미래 산업구조 개편과 직결된 사업이 11년 간의 논의 끝에 마침내 최종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풍산과 제2센텀 동시에 잡은 부산
시와 풍산, 부산도시공사가 대체 이전지 검토에 나선 건 지난 2015년부터다. 당시부터 센텀2지구 개발을 위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풍산 사업장의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부산 전역에서 후보지 17곳이 물망에 올랐다.
수년 간의 검토 끝에 2020년 기장군 일광면 화전리가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시는 결국 이듬해 화전리 이전을 전면 철회했다. 이전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결정이 이전 포기를 뜻하는 건 아니었다. 센텀2지구의 착공을 위해 풍산 사업장 이전은 여전히 절실했다. 센텀2지구 조성과 풍산의 생산시설 현대화, 모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던 까닭이다.
화전리 이전 계획 철회 이후 시는 처음부터 다시 원점에서 후보지 리스트를 작성했다. 방산업체 특성상 보안성과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고, 법적 입지 기준마저 충족시키는 땅은 흔치 않았다. 장안읍 오리 이전은 시와 풍산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연 매출 4229억 원, 종사자 573명의 풍산은 부산 제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이번 이전으로 풍산은 부산을 떠나지 않고 기장군에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게 된다.
풍산 이전은 센텀2지구 착공과도 직결된다. 센텀2지구는 AI와 로봇,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미래 산업거점이다. 이번 이전을 단순한 공장 이동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모든 사업의 추진 여부는 부산과 부산 시민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전 시장은 “전임 시정에서 추진하던 사업이라 하더라도 부산의 미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진행해야 한다”면서 “시정의 연속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는 건 행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화전리 불발은 ‘소통의 교훈’으로
시는 풍산 이전으로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산업단지를 그릴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과거 화전리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을 교훈 삼아 준공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주민 참여가 가능한 구조를 짜는 중이다.
당시 시와 주민 간의 ‘불통’은 정보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인접 4개 마을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를 상대로 19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 협의체는 앞으로 시와의 공식 소통창구 역할을 맡게 된다.
앞으로도 관심 있는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설명회를 열고, 요청 시에는 반여동 사업장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동시에 환경 오염 가능성 등 일부 주민들이 제기한 우려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설명에 나서고 있다. 과거 풍산 사업장 토양에서 발견된 화학물질 CN(시안)은 반도체 도금 공장에서 사용됐으며 이번 이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폭약 적재량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법적 기준보다 한참 못 미친다는 점 등은 이미 수차례 공지된 상태다.
다음 달 초 오리제2일반산업단지 변경 고시가 이뤄지면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풍산도 주민 소통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시는 11년 동안 이어진 이전 논의가 부산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다고 평가한다. 더는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만큼 센텀2지구와 오리제2일반산단을 미래를 연결하는 두 축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다.
시 홍순헌 정책협치특별보좌관은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소통하는 것“이라며 “주민들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 현장을 찾아 설명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