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제자리걸음 ‘황령산 배수지’ 해법 찾기 재시동
시공사, 무진동 공법 등 제안
시 “주민 간담회 통해 논의”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10년째 삽도 못 뜬 황령산 터널 배수지 사업을 두고 부산시가 다시 해법 찾기에 나섰다. 남구와 수영구는 배수지를 거쳐 수돗물을 공급받는 간접 급수 비율이 낮아 대체 급수 확보가 시급한 지역이다. 시는 터널 시작 지점 인근 주민들과 소통을 재개해 사업 정상화를 재차 모색한다.
부산시와 남구청, 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은 지난 25일 국무조정실 지정 갈등관리 연구 기관인 한국갈등해결센터와 황령산 터널 배수지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장기 공공갈등 사례를 토대로 상황별 접근 방식 등이 논의됐다.
황령산 터널 배수지는 남구 대연동부터 부산진구 전포동까지 폭 10m, 길이 1.28km 터널형 배수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용량은 7만 5000t 규모다. 이후 광안리해수욕장과 도시철도 2호선 수영역 인근까지 이어지는 6.2km 길이 송수관로가 설치된다. 남구와 수영구 주민 약 16만 세대, 46만여 명에게 안정적인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정수장에서 각 가정으로 바로 물을 보내는 직접 급수는 관로 파손 등으로 사고가 나면 대체 급수가 어렵다. 하지만 배수지를 거치는 간접 급수는 일정량을 저장해 비상 상황에도 각 세대로 물을 보낼 수 있다. 터널 시공사 측에 따르면 배수지를 설치하면 송수관 파열이나 정수장 사고에도 12시간까지 급수를 이어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부산 지역 간접급수율은 60.4%였다. 하지만 남구와 수영구 간접급수율은 각각 30%, 18%에 불과하다. 이들 지역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 송수관로 비율도 93%에 달한다는 것이 시공사 측 설명이다.
황령산 터널 배수지 건설은 2017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 예정지 주변에 아파트 8개 단지가 밀집해 있어 주민 반발이 이어졌다. 이곳 주민들은 공사 중 소음과 진동, 건물 균열, 공사 차량 통행 등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시공사는 주민 요구에 따라 터널 시작점을 산 정상 쪽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공사비 등 예산이 150억 원 이상이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산림 훼손 면적도 3700㎡에서 7000㎡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시공사는 공사가 시작되면 대연동 터널 시작 지점 110m에 발파 대신 무진동 공법을 적용하고, 인근 아파트에는 균열계와 구조물 경사계를 설치해 실시간 변화를 측정할 계획이다. 송수관로 또한 아파트 주 진입로를 피하도록 노선을 변경할 예정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무진동 공법뿐만 아니라 공사 지점 전체를 덮는 방음 하우스도 설치하려고 한다”며 “주민 동의가 이뤄져야 도시관리계획 결정과 기획재정부 심의 등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어 주민들과 경청회 형식의 간담회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