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재제청 거부한 조희대…與 “쿠데타적 행태”, 野 “당연한 판단”
조 대법원장 靑 요구에 “헙법적 근거 없어” 거부
靑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 헌법 위배…깊은 유감”
여야, 재충돌…대법관 공백 사태 정국 쟁점화 계속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정국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권은 “황당한 대법원장”, “쿠데타적 행태”라며 재차 조 대법원장을 직격했고, 야당은 “헌법을 지킨 결단”이라고 감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조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면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하는데, 이번 재제청 요청 문서에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 후보자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월 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통상 청와대와 사법부가 사전 조율을 거치던 관례와 달리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조 대법원장은 공백 장기화를 이유로 지난달 18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손 부장판사를 단독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 서면 제청”이라며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했으나, 대법원장이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재차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민석 대표는 “대통령과 권력다툼을 하는 것이냐”면서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 그 이상 명확한 근거가 어딨냐”고 비판했고, 한병도 원내대표는 “언어도단이다. 사법부 권위를 스스로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용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 권한 행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행태”라며 “제왕적 사법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 없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라며 조 대법원장을 옹호했다. 그는 “청와대는 정작 손봉기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아 국회의 동의권 행사 자체를 봉쇄해 놓고, 이제 와서 대통령의 임명권이 우위에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청와대를 향해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대통령이 그 위에 서겠다는 독재적 발상이자, 스스로 위헌을 자행하며 남에게 위헌을 운운하는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조항 어디에도 ‘재제청 요구권’이라는 문구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대법원장 고유의 제청권을 대통령 승인 절차로 격하시키려는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