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 경쟁 “기울어진 운동장”…금감원, 협력사업비 따져본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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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원장, 8대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
시중은행이 자본력 앞세워 ‘불공정 경쟁’
지방 균형발전 등 국가적 과제 고려 요청
자회사 CEO 선임 공정성·투명성 제고 주문


금융감독원 이찬진 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이찬진 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를 따내려고 거액의 ‘협력사업비’를 경쟁적으로 내거는 관행을 문제 삼으며 향후 점검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 이찬진 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8개 은행지주 회장, 은행연합회와 간담회를 갖고 지자체 금고 입찰의 과당 경쟁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의 우위가 있는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통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는 모습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협력사업비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지정받는 대가로 지자체에 내는 출연금이다. 용도 제한 없이 지자체 일반 예산으로 쓰여 지자체로서는 많이 낼수록 반길 수밖에 없다.

이 원장은 올해 말 계약이 끝나는 지자체들의 새 금고 선정이 이미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되는 만큼, 손익만 따지지 말고 지역 안에서 돈이 도는 구조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과제도 함께 봐 달라고 요청했다.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지방균형 발전 기조에 발맞춰 지방은행들의 사업범위를 자본력을 앞세워 침범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원장은 금고를 맡으면 지자체의 큰돈을 오래 맡아 굴릴 수 있고 지역 주민·기업과의 거래도 따라오는 만큼 은행이 탐낼 만하다고 인정하면서, 입찰 참여 여부 역시 은행이 스스로 정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도전이 잇따르면서 텃밭을 지키려는 지방은행의 부담은 이미 크게 불어났다. 광주은행은 광주시 1금고를 두고 국민은행과 맞붙은 뒤 협력사업비가 직전 약정 40억 원에서 현 약정 120억 원으로 세 배가 됐다.

경남은행이 울산시에 내는 협력사업비도 2017~2019년 60억 원에서 2020~2023년 110억 원, 2024년~2027년 13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이 협력사업비를 쓰기 전에 건전성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분석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더불어 이날 이 원장은 올 하반기 8개 은행지주에서 은행장을 포함해 70여 곳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예정된 만큼 인선의 공정성도 주문했다.

그는 CEO 자격 요건이나 평가 단계별 최소 검증 기간 같은 핵심 절차를 아직 갖추지 못한 지주사에는 선임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지주사 추천위원회가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견을 실제로 반영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금융사들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696억 9000만 원에서 올해는 1~7월에만 47건, 1708억 2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금감원은 위규 행위가 생기면 성과 보상 체계와 조직 차원에서 이를 부추긴 요인이 있었는지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은행지주 회장들은 자회사 CEO 선임 절차를 다시 점검하고 내부통제 인력을 늘려 사고를 미리 막겠다고 답했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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